해너미 백마강 낙조 2010.11.06(낙화암에서) 해너미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도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를 멈춘 탑이거나 앉을 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11.08
산수유의 내력 산수유의 내력 산을 바라보고 있어 산에서 향기가 나 먼 고향의 산이야 먼데서 가까이로 온다 연두빛 발자국 비 내리다가 눈 오는 봄날이었다 피어 나는데 눈물이야 산수유야 벌써 아침이 왔는데 아무도 마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서성거리다 만 년 전 돌 조각 낚시 추 들었다 놓고 되돌아 왔다 향산..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11.02
에이씨 ! 에이씨 ! 속초해경, 선저폐수 바다에 버린 A씨 검거 서구청장 예비후보자 A씨, 선거법 위반 구속 경포 해변, 몰래카메라 비상...50대 A씨 검거 .. 허위 내용 작성, 수사를 요구한 A씨 무고 혐의로 구속 탤런트 A씨, 술자리서 女후배 폭행 물의 톱스타 A씨, 사기혐의 피소! 레이지본 멤버 A씨, 한강에 투신…평..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9.04
두더지의 눈 두더지의 눈 나호열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른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 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 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아 길섶에 무심히 피어있..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8.12
무궁화 무궁화 여름이구나 여름 무궁무궁 허공에 몇 자 쓰고 밤새 땅으로 내려 붉은 상형의 문장을 흩트려놓았구나 붉음과 푸름 사이에 무궁궁무궁궁 젊음이 가는것이냐 늙음이 오는 것이냐 둥글게 말려 땅에서 다시 한 번 피는 꽃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7.25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나호열 유월이 오면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난다 지천으로 덮혀오는 푸르름 속에 잊혀져서 이름을 잃어버린 꽃들이 산에도 들에도 강에도 하늘에도 하염없이 속절없이 피어난다 유월이 오면 이름모를 새들이 지저귄다 별똥별처럼 아스라이 사라지는 꽃 속에 얼굴을 묻고 알을 낳고 향기를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6.04
울퉁불퉁 氏 울퉁불퉁 氏 쌀 한 가마를 두 손으로 번쩍 드는 울퉁불퉁씨가 운동을 하는 시간에는 모두가 움추린 초식동물이 된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용암이 솟구쳐 오르듯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터질 듯 하다 울퉁불퉁씨 운동을 하다 말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쏴아쏴아 수돗물 소리가 왠지 울먹거린다 강가에는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4.22
불타는 詩 불타는 詩 맹목으로 달려가던 청춘의 화살이 동천 눈물 주머니를 꿰뚫었는지 눈발 쏟아지는 어느 날 저녁 시인들은 역으로 나가 시를 읊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 장미가 피고 촛불이 너울거리는 밤 누가 묻지 않았는데 시인들의 약력은 길고 길었다 노숙자에게 전생을 묻는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4.20
키 큰 나무 키 큰 나무 / 나호열 1 슬플 때면 팔 뻗쳐 푸른 하늘 한 장 뜯어내어 눈물 닦고 그 손마저 발 밑에 버리고 2 나는 말할 수 없다. 나를 붙잡고 욕설처럼 내뱉는 삶의 더러움에 대하여 늦은 밤 식은 오뎅 국물 흘리며 포장마차를 끌고 가는 늙은 부부에 대하여 죽음을 앞두고 새벽기도회에 나서는 이웃들에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1.23
[스크랩] 가을 호수 / 나호열 가을 호수 나호열 詩 김성로 畵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들 물길이 외로움의 날 물길보다 깊어 나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없습니다 길이 없어 흰 구름만이 철새처럼 발자국을 남기고 눈도 씻고 가는 곳 당신의 얼굴 가득히 담아 바람은 가끔 물결을 일렁이게 하지만 당신이 놓아준 작은..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1.15
그리운 집 그리운 집 / 나호열 많은 사람들이 제 발로 그 속에 갇히고 있다 즐겁게 갇힌 공간 속에서 아이를 낳고 잠을 채운다 신전이 아니면 무덤일 것이다 기도하거나 조금씩 썩어가는 우~ 우~ 우 밤마다 이리떼가 울고 있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1.14
장미꽃의 배경 장미꽃의 배경 / 나호열 늙은 사내는 지금 근심에 싸여 있다 인적은 점점 더 드문해지고 카바이트불은 마지막 심지를 뿜어올리고 있다 오늘은 아마도 이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일들이 많지 않았나 보다 마악 사랑을 시작한 사람보다 오늘은 제 갈 길로 등을 돌린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좌판에서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1.07
귀가 귀가 어디로 가십니까? 집으로 갑니다. 동으로 갈 때였다 어디로 가십니까? 집으로 갑니다 서쪽으로 기우는 달 따라 갈 때였다. 짐을 풀기도 전에 그리움이 먼저 당도해 있었다. 짐을 털어낸 가방은 비워질수록 더욱 무거웠다 눈물은 눈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증기탕 안에서 나는 온 몸으로 울었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10.01.03
불빛과의 대화 불빛과의 대화 / 나호열 이 깊은 밤에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이 있다 참아내려해도 끝내 참아내지 못하는 고통의 신음소리 감옥으로부터 병실로부터 따스한 시간의 둘레로 모여드는 모여드는 겨울의 불나방들 이 깊은 밤에 하루만큼의 고통을 제 가슴에 묻어버린 가시돋은 꿈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