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詩
맹목으로 달려가던 청춘의 화살이
동천 눈물 주머니를 꿰뚫었는지
눈발 쏟아지는 어느 날 저녁
시인들은 역으로 나가 시를 읊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
장미가 피고 촛불이 너울거리는 밤
누가 묻지 않았는데 시인들의 약력은
길고 길었다
노숙자에게 전생을 묻는 것은 실례다
채권 다발 같은 시집 몇 권이
딱딱한 벼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둠한 역사 계단 밑에 언 손을 녹이는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내리시는 무언의 시가
발 밑에 짓이겨지는 동안
가벼운 재로 승천하는 불타는 시가
매운 눈물이 된다
아, 불타는 시
* 2011년 <<시와미학>>겨울호에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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