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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불타는 詩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4. 20. 00:22

불타는 詩

 

맹목으로 달려가던 청춘의 화살이

동천 눈물 주머니를 꿰뚫었는지

눈발 쏟아지는 어느 날 저녁

시인들은 역으로 나가 시를 읊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

장미가 피고 촛불이 너울거리는 밤

누가 묻지 않았는데 시인들의 약력은

길고 길었다

 

노숙자에게 전생을 묻는 것은 실례다

채권 다발 같은 시집 몇 권이

딱딱한 벼개가 될지도 모르겠다

어둠한 역사 계단 밑에 언 손을 녹이는

불쏘시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늘이 내리시는 무언의 시가

발 밑에 짓이겨지는 동안

가벼운 재로 승천하는 불타는 시가

매운 눈물이 된다

 

아, 불타는 시

 

* 2011년 <<시와미학>>겨울호에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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