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9/02 7

[9] 기다리던 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9] 기다리던 순간은 언제나 빨리 지나간다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4.11. 03:00업데이트 2024.04.29. 10:18   사람 그리워등  불 켜는 무렵에벚꽃이 지네 人恋[ひとこひ]し灯[ひ]ともしころをさくらちる 일본은 벚꽃 철에 입학식을 한다. 우리와 다르게 4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광경은 길을 걷다 우연히 본 도쿄의 어느 초등학교 입학식. 자기 키 반만 한 란도셀(일본 초등학생 책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앞 벚나무 아래에서 엄마 손을 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때마침 부드럽게 불어온 바람에 하얗게 반짝이는 꽃잎들이 팔랑팔랑 휘날리며 ‘OO초등학교 입학식’이라는 입간판 옆에 선 아이와 엄마를 축복하듯 춤을 추었다. 길 건너..

베개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35] 베개문태준 시인입력 2024.09.01. 23:52  베개옆으로 누운 귀에서 베개가 두근거린다베개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난다동맥이 보낸 박동이 귀에서 울린다심장이 들어오고 나가느라베고 있던 머리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린다베개와 머리 사이엔 실핏줄들이 이어져 있어머리를 돌릴 수가 없다숨소리들이 모두 입술을 벌려베개에서 출렁거리는 리듬을 마시고 있다고막이 듣지 못하는 소리가잠든 귀를 지나 꿈꾸는 다리로 퍼져간다소용돌이치는 두근두근을 따라온몸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김기택(1957~)일러스트=김하경모로 누워서 베개에 머리를 괴었을 때의, 어쩌면 아주 단순한 경험을 어떻게 이렇게 다각적으로, 결을 달리하면서 표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시는 사물의 편에서, 베개의 쪽에서 ..

공부할 시 2024.09.02

[194] 유재시거(唯才是擧)

[정민의 세설신어] [194] 유재시거(唯才是擧)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22. 23:30  후한의 승상 조조(曹操)에게 수하의 화흡(和洽)이 말했다."천하 사람은 재주와 덕이 저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만 보고 취해서는 안 됩니다. 검소함이 지나친 경우 혼자 처신하기는 괜찮아도, 이것으로 사물을 살펴 따지게 하면 잃는 바가 많습니다. 오늘날 조정의 의논은 관리 중에 새 옷을 입거나 좋은 수레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청렴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모습을 꾸미지 않고, 의복은 낡아 해진 것을 입어야 개결하다고 말하지요. 그러다 보니 사대부가 일부러 옷을 더럽히거나, 수레와 복식을 감추기에 이르고, 조정 대신이 밥을 싸들고 관청에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가르침을 세우고 풍속을 살핌은 중용을 중히 ..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 사물의 현상으로부터 연상 聯想까지 ! 사이시옷     나호열 저 멀리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듯가까이 다가가면서로 포근히 기대어사이 시옷사람(人)들이네 흙이 물과 불이 만나 이룩한우주를 향해 펼친 날개사이시옷의 물결을 보네  - 시집 『안부』(밥북 기획시선 30, 2021) ■ 나호열 충남 서천 출생. 『월간문학』(1986), 『시와 시학』(1991)으로 등단.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시선집 『울타리가 없는 집』(2023), 『바람과 놀다』(2022), 시집 『안부』 (2021), 『안녕, 베이비 박스』 (2019), e- book 『예뻐서 슬픈』 (2019) 등 다수. ■ 해설 “기와를 노래함”이라는 부제가 달린 작품이다. 이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포개..

사라진 집들, 논란의 동상들…기억의 이야기: 서도호 작가 인터뷰

사라진 집들, 논란의 동상들…기억의 이야기: 서도호 작가 인터뷰중앙선데이입력 2024.08.31 00:42업데이트 2024.08.31 21:36시간과 공간을 묶는 세계적 미술가 서도호서도호 작가와 그의 움직이는 ‘공인들(1/6 스케일)’(2024). 받침대 위에 동상이 없고 대신 수많은 작은 남녀상이 받침대를 떠받치는 ‘기념비 뒤집기’의 대표작이다. 11월 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하는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아트선재센터]“나는 달로 가지 않았어요. 더 멀리 갔습니다. - 시간은 두 장소 사이의 가장 먼 거리이니까요.”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동물원’(1944)에서 가출한 주인공이 오랜 세월 후 집을 기억하며 하는 대사다. 이 명대사는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 ..

문화평론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