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 낙조 2010.11.06(낙화암에서)
해너미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도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를 멈춘 탑이거나
앉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긴 의자 너머로
온 몸의 피란 피는 다 뽑아내어
평생 동안 써 내려간 실연의 일기장을 태우는
새들이 내려앉는다
아침에도 해가 지고
저녁에도 해가 지는
나는 끝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