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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의 맛 (해장국편)

이어지는 맛. 도봉산 콩나물국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5. 7. 15:17

이어지는 맛. 도봉산 콩나물국밥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다. 도봉산은 예부터 많은 사람이 사랑해 온 명산名山으로 도봉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도봉산에 가기 위해 도봉구를 찾는다. 사계四季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도봉산은 가고 또 가도 지루하지 않다. 어디 가서 도봉구에 산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도봉산일 정도로 도봉구에 대한 이미지는 도봉산에서 시작한다. ‘도봉구라는 이름 역시 도봉산에서 유래한 것으로 도봉산은 도봉구 그 자체다. 이쯤되면 도봉구에 도봉산이 있는 게 아니라 도봉산이 있기 때문에 도봉구가 있다.

도봉산 아래에는 등산객을 맞이하는 다양한 식당이 있다. 예로부터 한국의 명산으로 꼽혀 온 도봉산 아래에는 그 명성에 걸맞은 여러 맛집이 있다. 본격적인 산행에 오르기 전 허기를 채우는 식당도 있고 하산의 여운을 나누기 위한 술집도 있다. 메뉴 또한 다양하다. 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인 도토리묵이나 비빔밥, 막국수 등의 음식도 있고 치킨이나 바비큐, 파전 등 술 생각이 나는 안주도 있다. 어딘가 다소 촌스럽게도 느껴지는 현란한 간판은 눈이 가는 곳마다 달려있어 특유의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런 분위기에선 어디 한 군데 턱 하니 앉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등산 목적이 아니더라도 도봉산에 가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도봉산을 배경으로 장사하는 다양한 맛집과 곳곳이 가진 분위기. 같은 음식이라도 좋은 경치와 함께하면 그 맛이 배가 되듯 도봉산을 배경으로 먹는 음식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또한 도봉산 아래 오래도록 장사를 계속해 온 식당의 내공도 상당하다. 무심한 듯 투박하게 나오는 음식 속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맛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도봉산 아래에 자리한 수많은 식당을 돌아다니며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내는 것은 남다른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맛집은 또 나의 자부심이 되기도 한다. ‘도봉산 아래에 어느 식당 있는데 거기가 참 잘해.’라는 대사에는 도봉사람의 냄새가 물씬 난다.

사장으로부터 손님으로 이어지는 맛

 

도봉산 아래 맛집에는 각자 나름의 팬덤이 있다. 도봉산을 찾는 사람이 다양하듯 그들이 추구하는 입맛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음식 좀 한다하는 식당에는 단골손님이 즐비하다. 주말이면 급증하는 등산객이 아니더라도 평일에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그득하다. 외부 사람들이 아닌 도봉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식당 도봉산 콩나물국밥도 그런 집 중 하나다. 도봉로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나오는 도봉한신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려 도봉로 181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 동네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 온 부부약국이 있다. 부부약국을 지나쳐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도봉산 콩나물국밥이 등장한다. 왠지 모르게 이 길에 대한 설명이 익숙하다면 이 책을 정말 꼼꼼히 읽으신 분일테다. 왜나면 책 첫머리에 소개했던 영수네 감자국으로 가는 바로 그 길이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등산로가 조성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이 길에는 다양한 맛집이 있다. 서울가든아파트에서부터 도봉로까지 이어지는 길은 산을 터전으로 장사를 이어 온 다양한 식당이 있고 부부약국 사거리를 지나면 술 한 잔하기 좋은 고깃집, 족발집, 곱창집, 호프 등 다양한 음식점과 노래방이 있다. 도봉구의 산업화와 함께 발전했던 이 길이 아직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도봉산을 찾는 등산객 덕분이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도봉산역 방향으로 모두 빠져나가 예전만큼의 북적임은 없지만 그 옛날부터 도봉산을 사랑해 온 진짜 도봉산 마니아들은 이 거리에 저마다의 단골 식당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

도봉산 콩나물국밥은 이름 그대로 콩나물국밥을 파는 집이다. 도봉산 아래에서 새벽부터 장사를 하는 이 집은 새벽 산행을 하는 등산객을 맞이하는 곳이었다. 이른 아침 고기 가득한 기름진 국물이나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빨간 국물은 왠지 부담스럽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게 바로 맑은 콩나물국밥이다. 더구나 아침 식사가 되는 식당이라니. 도봉산에 오르기 위한 준비로써 한 그릇의 국밥은 꽤나 큰 힘이 된다. 이집에 단골손님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진1. 도봉산 콩나물국밥 외관

식당의 사장님께 어쩌다 도봉산 아래에서 장사를 하게 됐냐고 여쭤봤더니 이제 한 6개월쯤 됐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니 내가 그 이전에도 여기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고, 단골손님도 많은 식당이 고작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식당이라니. 가게 안팎을 둘러보면 더 의아했다. 오래되어 보이는 간판과 외관 그리고 실내 인테리어가 고작 6개월 된 가게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아한 마음에 다시 여쭤봤다.

, 우리도 이 가게 손님이었어요.’

 

도봉산 콩나물국밥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정확히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인터넷 검색이나 수소문을 통해 알아보면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이 자리에 식당 문을 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 사장님은 연세가 있으신 부부였는데 음식 솜씨가 무척이나 좋았다. 콩나물국밥과 선지해장국, 황태국 등 해장국이 이 식당의 주 메뉴였는데 도봉산에 오르내리는 등산객과 동네 주민들이 금세 단골이 됐다. 현 사장님의 남편분도 그러한 사람 중 한명이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셨다고 하니 진짜 골수팬이었던 거다.

좋은 맛으로 장사는 잘 됐지만 그만큼 사장님의 피로는 커져갔다. 그러다 결국 체력이 달려 가게를 내놓으셨는데, 이 소식을 들은 현 사장님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9년 동안 드나들었던 단골 가게, 이 공간과 맛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그때까지 직장생활을 하던 남자 사장님은 노후도 준비할 겸 결국 가게를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사라질 뻔했던 도봉의 맛 중 하나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도봉산 콩나물국밥의 맛을 이어가기 위해 전 사장님 부부와 현 사장님 부부의 노력이 있었다. 가게를 잇겠다는 새로운 부부에게 이전 사장님은 아낌없이 노하우를 전수해줬다. 전 사장님만큼이나 이 식당을 사랑했던 새 사장님 역시 손맛이 있었던 탓에 금세 그 맛을 냈다. 워낙 많이 먹어 본 맛이라 더 수월하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맛에 대한 사랑이 지역의 큰 자산을 지켜낸 것이다. 도봉산 콩나물국밥은 단골손님이었던 사장님이 운영한다. 그래서인지 더 기대가 된다. 꼭 가계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맛. 도봉의 맛은 그래서 더 깊다.

사진2. 도봉산 콩나물국밥 사장님

부담없이 맑은, 치유의 콩나물국밥

 

도봉산 콩나물국밥의 직관적인 상호명대로 이 집의 대표메뉴는 콩나물국밥이다. 콩나물국밥을 주문하면 우리가 익히 아는 콩나물국이 나오는데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국물이다. 위에는 김가루가 뿌려져 나와 은은히 나는 김 향이 입맛을 돋운다. 한 입 떠 입에 넣으면 정말 깔끔한 콩나물국 맛이다. 요새 콩나물국밥에는 두부나 오징어 등 다양한 부가물이 들어가 맛을 화려하게 하는데 이 국에는 그런 게 없다. 말그대로 정면승부. 그래서 화려하고 다채로운 맛 사이에서 콩나물 본연의 맛을 찾아낼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까 있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

사실 우리에게 콩나물은 익숙한 음식이다. 콩나물국은 요리를 처음 배우는 새내기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음식 중 하나다. 시장에 가면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재료인 콩나물은 가격도 저렴하다. 서민의 삶을 적극적으로 보필해주는 콩나물은 여기저기 쓰임새도 많다. 지금처럼 국을 끓여도 되고 이름처럼 나물을 무쳐도 맛있다. 콩나물밥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찜이나 전골에 부재료로서 역할을 다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밥상에서 종횡무진하는 콩나물은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식재료다.

하지만 콩나물이 한국 식문화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콩나물을 먹는 곳이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콩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식재료지만 싹을 틔워서 콩나물로 먹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숙주나물을 주로 먹지 콩나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서부터 콩나물과 함께 자라왔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은 물론 안방 한 구석에 콩나물 시루가 있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물을 주고 덮어놓기만 하면 쑥쑥 자라나는 콩나물은 없는 형편에도 식탁을 채워주는 효자 식재료였다.

그런 익숙함에 묻혀 간과하는 사실은 콩나물이 생각보다 취급이 어려운 재료라는 것이다. 보통 생 콩나물은 특유의 냄새와 식감이 나빠 먹지 않는다. 콩나물은 주로 끓는 물에 데치거나 국물을 내는 등 익혀서 먹는 것이 주된 방법인데 잘못 익힐 경우에는 비린 냄새로 인해 음식을 버린다. 요리 초보들은 국물을 우린답시고 콩나물을 오래토록 끓이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은 모두 사라지고 쪼그라들어 볼품없어진다. 또한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에 두었다가는 쉬어버리기 십상인데 이때 나는 냄새도 고약하다. 익숙해서 괜찮지만 알고 보면 까다롭고 예민한 친구랄까.

하지만 잘 조리한 콩나물은 대체 불가한 맛이 있다. 콩나물 특유의 담백하면서 시원한 맛은 다른 재료로 낼 수 없는 맛이다. 더불어 콩나물은 예로부터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콩나물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옛날에는 약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청심환淸心丸의 재료로 사용되며 이 때문에 마른 콩나물이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특히 콩나물은 술로 인한 숙취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콩나물에 풍부한 아스파트산(아스파라긴산으로 불리기도 한다)의 효능이라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사실 해장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선택의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전날에 먹은 술의 양이다. 적당히 먹었다면 이러저러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겠지만 과음으로 인해 몸이 지친 상태라면 고를 수 있는 해장음식도 제한된다. 맵거나 기름진 맛의 자극적인 음식은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장국을 먹으러 갔어도 삼킬 힘이 없어 국물만 쪽 짜먹었던 경험은 웬만한 술꾼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을 만한 일이다. 이럴 때 고를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담백하게 콩나물로 우려낸 국물은 아픈 속에 바르는 연고와도 같다. 한 술 두 술 먹다보면 확연하게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도봉산 콩나물국밥의 콩나물국은 치유의 음식이다. 고기나 해물 같은 다른 화려한 재료는 필요없다. 콩나물에 집중한 국물은 아픈 속을 달래주는 한 마디 위로다. 과음은 좋지 않다. 하지만 이유 없는 과음은 거의 없다. 일생일대의 기쁨으로 술을 마시기도 하겠지만 보통은 슬프거나 화나거나 후회할 만한 일을 술잔에 담아 털어 넣다보면 그 감정들을 담기에 라는 그릇이 한없이 작아서 취한다. 과음의 후유증이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남는 이유다. 그럴 땐 콩나물국밥을 찾자. 진짜 힘들 때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소위 인싸친구보다 내 곁에서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수수한 친구가 좋은 법이니까.

맛 계승의 결정적 이유, 선지해장국

 

도봉산 콩나물국밥의 대표 선수는 아무래도 콩나물국밥이다. 하지만 이집에는 콩나물국밥 말고도 다양한 해장음식 선수들이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선지해장국이다. 선지해장국은 선지해장국, 양선지해장국, 양선지해장국()의 세 종류로 판매되고 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2022년 기준으로 가격은 각각 6,000, 7,000, 8,000원이다. 세상에 서울 시내 백반 가격도 7,000원을 넘어가는 시대에 6,000원짜리 한 끼라니 그것만으로도 흡족하다. 잘 끓인 양평해장국이나 순대국이 10,000원을 넘나드는 시대에 가장 비싼 메뉴가 8,000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이유가 된다.

사진3. 도봉산 콩나물국밥 메뉴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적당히만 나와도 만족할만한 선지해장국은 먹는 순간 가격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다. 여느 해장국 전문점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수준급의 선지 때문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선지는 퍽퍽하지도 흐물거리지도 않는 딱 적정한 밀도다. 한 입 베어 물면 퍼지는 선지향이 기분 좋다. 요새 젊은 세대는 선지해장국을 잘 안 먹는다고 하던데 이 맛을 알면서도 싫어하는 걸까 의문이 생길 정도다. 따로 더 시켜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선지는 다행히도 추가가 된다.

다음으로는 양이다. 소의 첫 번째 위에 해당하는 양은 양평해장국을 비롯한 다양한 해장국에서 사용되는 재료다. 하지만 내장의 특성 상 손질이 매우 중요한데 자칫 잘못하면 안 좋은 냄새가 음식을 망치기 때문이다. 당장 인터넷에 소 양을 검색하면 나오는 손질법이 일반 가정집에서는 엄두도 못낼 정도다. 하지만 세심한 손질을 거친 양은 그 풍미가 뛰어나다. 적당히 기름지고 쫄깃한 양은 국물로 우렸을 때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이 식당의 양이 바로 잘 손질된 양이다. 한 점 건져먹으면 질기지 않고 적당히 쫄깃한 식감이 재미있고 따라오는 기름진 맛도 좋다. 조금 더 먹고 싶다면 양도 추가가 된다.

선지와 양의 풍미가 그대로 녹아든 국물도 뛰어나다. 된장을 베이스로 배추와 파가 함께 들어간 국물은 한 뚝배기에 온갖 재료를 넣고 묵직하게 끓여 나오는 해장국과는 조금 다르다. 콩나물국밥처럼 순한 국물은 선지와 양의 향을 품은 채로 부드럽게 목을 넘어간다. 사장님께서 마장동에서 좋은 것으로만 골라 쓰는 사골은 국물의 풍미를 한층 더한다. 뚝배기에 끓여 나오긴 하지만 그만큼 뜨겁고 화끈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잘 끓여진 국을 따로 덜어내 나오는 것 같은 적당한 바디감. 모든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마 이 집의 특징인 것 같다.

이 때문인지 양선지해장국은 콩나물국밥 버금가는 이 식당의 대표선수다. 실제로 식당에 가면 선지해장국을 드시는 손님이 꽤나 많다. 몇몇 어르신은 양선지해장국()을 각각 하나씩 시켜놓고 소주 한 잔 기울이시기도 한다. 좋은 음식에 곁들이는 술은 예로부터 약주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드시는 양도 점차 줄어든다고 하던데 한 그릇씩 남김없이 비우시는 모습을 보니 이 집 음식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사실 사장님이 아직 손님이었던 시절 가장 즐겨 드셨던 음식이 바로 선지해장국이라고 한다. 일주일에 두 세 차례, 9년 동안 이 식당을 찾았던 가장 큰 단골인 사장님이 자주 드셨던 선지해장국은 이미 입증된 맛이었던 것이다. 식당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이 선지해장국 덕분이었다. 선지해장국이 아니었더라면 도봉산 콩나물국밥은 그 맛을 이렇게 전하지도 못한 채 도봉사람들의 기억 저편에만 남아있는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선지해장국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주저없이 선지해장국을 시켜보길 바란다. 9년의 시간 동안 단골을 잡아놓을 수 있었던 맛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이 식당을 계승하는 쉽지 않는 선택을 이끌어 낸 맛이 과연 무엇인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 식당에 오시는 손님 대부분이 단골인데 그 중에는 옛날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분들도 여럿이다. 도봉산에 갈 때면 즐겨 먹던 해장국의 맛. 그 맛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보면 지금 사장님이 과거의 그 맛을 얼마나 제대로 전승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도봉구에는 도봉산이 있다. 그리고 도봉산에는 도봉산 콩나물국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