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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의 맛 (해장국편)

도봉에서 느끼는 동해바다, ‘곰치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12. 12:48

도봉에서 느끼는 동해바다, ‘곰치집

 

 

생선요리 먹기 힘든 오늘

 

어렸을 적 생선은 밥상 위에 자주 올라오는 단골 반찬이었다.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밥상에 올라가 있는 생선은 얼마나 탐스럽고 맛있게 보였는지. 서툴게 뼈를 발라 살을 골라내고 있자면 부모님께서 능숙한 솜씨로 큰 살덩이를 골라 밥숟가락에 얹어주시곤 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맛은 지금까지도 행복한 장면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위험하다며 권하지 않은 방법이지만 가끔 가시가 목을 찌를 때면 밥을 크게 한술 떠서 꿀떡 삼키는 것이 그 시절의 민간요법이었다.

생선으로 하는 요리도 다양했다. 소금간만 해서 간단히 구워먹기도 했고 감자나 무를 가득 넣고 갖은 양념과 함께 조림을 하거나 국물 가득 탕을 끓이기도 했다. 요리법에 따라 맛은 더 다양하게 변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생선 트럭이 와 비린내를 풍길 때면 오늘은 어떤 메뉴가 올라올지 기대가 앞섰다. 육고기와는 달리 제철따라 올라오는 생선은 기다림 끝에 먹을 수 있는 것이라 더 진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새는 집에서 생선 먹는 일이 드물다. 머리가 크니 생각도 많아져 집에서 생선요리하는 것을 왠지 꺼리게 된다.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받아먹기만 했던 시절에는 이렇게 생선요리가 어려운 줄 몰랐다. 어떤 서툰 양념도 잘 받아내 중간 이상의 맛을 보장하는 고기와는 달리 생선은 자칫 잘못하면 비리고 써서 맛을 버리기 일쑤였다. 간단히 구울라치면 집안 곳곳에 배어드는 냄새 걱정이 앞섰다. 단순히 맛을 즐겼던 그 시절의 행복과 감성은 날아가버리고 현실의 팍팍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생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최고의 맛은 추억의 맛이라 하지 않던가. 어려서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나이 들어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생선이 우리 주방에서 사라지던 그 순간부터 생선요리의 하락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직장에서 동료들과 회식을 할 때면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육류를 먼저 고르게 된다. 명절에 선물을 할 때도 가볍게 먹기 좋은 과일이나 취향 타지 않는 고기가 우선이다. 생선이 설 자리는 오늘도 작아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생선을 먹고 자란 사람에게 생선요리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워낙 지역마다 요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생선을 먹더라도 내가 알던 그 맛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유독 생선요리를 하는 집에는 지역명이 붙는다. 서해, 동해, 남해 같은 바다 이름이 붙은 것은 예사요, 부산이나 목포같이 항구도시의 이름이나 떡하니 음식 이름이 붙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요리합니다하는 일종의 안내문인 것이다. 홀린 듯 찾아간 식당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또 얼마나 반가운지 오가는 고향 얘기 속에 맛은 시공간은 초월한다. 우리 시대에 생선이 가지는 의미는 바로 이런게 아닐까. 그 시절에 대한 추억과 공감. 생선요리는 마음을 채우는 음식이다.

 

고향의 곰치를 들고 서울로 상경하다

 

간선버스를 타고 도봉로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만나는 도봉소방서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방학역에서 내려 방학역 사거리로 가자.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도당로를 따라 조금만 걸으면 오늘의 식당 곰치집이 나온다. 길가에 바로 위치하고 있어 찾기도 쉬운 이 집은 큰 간판에 뚜렷이 곰치집이라고 적혀있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문을 열면 정겨운 방울 소리가들리고 가게 안에는 구수한 생선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사진1. 곰치집 외관

 

곰치는 사실 서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음식이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 창에 곰치를 검색하면 나오는 식당이 서울을 통틀어 열 곳 남짓이다. 거칠게 얘기하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 반절 이상은 이맛을 접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곰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게 대단한 특권처럼 느껴지고 한편으로 도봉구에 이 식당이 있는 게 고맙다.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선한 인상의 사장님이 주문을 받는다. 사장님은 어쩌다 여기서 장사를 시작하셨을까. 부부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메인메뉴인 곰치를 중심으로 제철 생선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다. 곰치라는 메뉴와 생선의 종류, 메뉴판에 떡하니 쓰여 있는 원산지: 전품목 강원도라는 문구에서 사장님의 고향이 강원도임을 예측해 본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사장님의 고향은 강원도 고성으로 관광지로 유명한 속초 바로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사진2. 곰치집 메뉴

 

원래 사장님은 고향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분이었다. 하지만 노래방을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무슨 일을 할지 알아보던 와중에 지역소식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에서 물곰요리를 선보였다. 방송을 보고 고향에서는 흔하게 먹던 음식이 타지에서는 새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알아보니 서울에서는 곰치집이 명동과 여의도 등 두어군데 밖에 없었다. 결국 고향의 곰치를 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자리를 잡은 곳이 도봉구 방학동이었다.

곰치는 생선이 아니라 물곰김치를 가지고 만든 음식의 이름이다. 고향의 음식을 새로운 곳에서 선보이겠다는 다짐에 다른 이름은 필요없었다. 그렇게 상호는 곰치집으로 정해졌다. 간판을 채우는 곰치전문 곰치집은 뚜렷하게 이곳이 곰치 전문임을 드러내고 있다. 간단한 작명이지만 이보다 확실한 이름이 있을까. 이런 이름을 볼 때면 주력요리에 대한 사장님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곰치를 먹으러 곰치집에 간다. 이 논리적으로도 단순하고 완벽한 문장은 안정감마저 느껴진다.

처음 서울로 올라와 자리잡은 곳은 지금의 위치가 아닌 좀 더 골목 안쪽이었다. 가게 자리로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가진 돈이 부족해 적당히 타협을 보고 고른 곳이었다. 하지만 그 공간은 사장님의 음식 솜씨를 담아내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다. 곰치집의 소문을 듣고 외지에서 밀려오는 수많은 손님을 받아내기엔 주차도, 식당 내부도 너무 협소했다. 가게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지자 그 집은 맛있긴 한데, 먹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생겼다. 더구나 곰치탕은 시원한 국물은 겨울에 인기가 많은 메뉴라 추운 날씨에 골목에서 발 동동거리며 기다리는 손님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생각보다 돈은 잘 벌었다. 이에 사장님은 가게를 이전하기로 했다. 외지에서 오는 손님이 많다보니 도로변에 위치해 찾아오기 좋은 곳, 실내가 깔끔하게 넓어 손님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지금의 자리로 이사했다. 협소한 이전 골목에 곰치집 말고도 여러 가게가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살아나온 집은 우리집 밖에 없다는 사장님의 말씀에서는 지난 세월과 함께 뿌듯함이 묻어나왔다.

실제로 식당을 이전한 뒤 손님이 제법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새로운 손님도 있겠지만 이전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들도 있다. 그 시절의 습관 때문일까. 지금도 이 식당의 단골은 꼭 예약을 하고 온다. 동네 사람보다는 다른 동, 다른 구에서 오는 손님이 많은 이유도 있다. 멀리서부터 곰치 맛을 떠올리며 신나게 왔는데 자리가 없어 못 먹으면 또 그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다.

고향의 맛을 그대로 담아 온 곰치. 도봉에서도 인기가 좋다. 특히나 전날에 술 한 잔 거나하게 하신 분들이 해장을 위해 자주 찾는다. 그래서 곰치집의 손님은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표정이 다르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굳어 있던 표정이 나갈 때면 온화하고 편안하게 변한다. 풀 해에 창자 장을 쓰는 해장解腸이라는 단어가 이처럼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을까. 동해바다 사람들의 해장 비법을 도봉에서 향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곰치탕

 

물곰요리를 먹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특유의 식감이 있다. 부드러운 수준을 넘어 흐물흐물거리는 물곰은 젓가락으로 집을 수 없고 숟가락으로 뚝뚝 퍼먹어야 한다. 정말 딱히 씹을 거리도 없는 물곰을 먹다 보면 이놈이 살아있을 땐 어떻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원래 생김새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참 못생겼다. 음식을 다루는 책에서 식욕이 떨어지면 안되니까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생선은 못생길수록 맛있는 것인가 하는 하나도 과학적이지 않은 의문이 생긴다.

물곰은 조선후기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 미역어迷役魚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물곰을 따로 잡지는 않고 다른 물고기를 잡다보면 그물에 같이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때도 못생겨서 바로 바다에 버렸다고 한다. 이렇듯 못생겨서 제대로 취급도 못 받았던 물곰이지만 먹어본 사람들 사이에선 극찬하는 식재료이기도 했다. 특히 물곰은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해장에 좋다. 물곰은 그 형체와 식감으로 인해 구이로 먹기는 힘들고 대부분 탕이나 국 등 국물요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곰으로 끓여낸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곰치집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식당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전 TV방송에 맛집으로 출연했던 사진이라든지 물곰과 관련된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발췌한 이글은 사장님도 모르게 어느날 단골손님 한 분이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가셨다고 한다. 그분은 도대체 물곰에 대해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전날 정말 죽도록 술을 마시고 곰치국으로 부활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3. TV방송에 맛집으로 출연한 곰치집

                                                         「사진4. TV방송에 맛집으로 출연한 곰치집

                                                             「사진5.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발췌글

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곰에 대한 설명이다. ‘동해바다 북단에서 사계절 나오는 생선입니다(물메기와 다른 생선입니다).’라고 적혀있는 문구가 가게 곳곳에 붙어있다. 아무래도 질문하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물곰과 물메기가 동일 어종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백과사전에는 물메기의 다른 이름으로 꼼치, 물곰, 곰치, 미역어, 물텀벙 등이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사장님은 왜 물곰을 물메기와 다른 생선이라고 할까. 신기한 것은 동해바다에 가면 물곰과 물메기를 함께 파는 식당도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물곰탕이 물메기탕보다 비싸기까지 하다. 실제로 물곰과 물메기는 다른 어종이고 자세히 뜯어보면 생김새나 크기 등 다른 점이 보인다. 결국 이러한 사태는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과 정식 명칭이 혼용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아무튼 사장님이 요리하시는 생선은 물곰이다. 현지에서는 물곰이 물메기보다 더 고급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가격도 조금 더 나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곰만을 고집하는 것은 사장님의 자존심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주목해서 본 부분은 사시사철 나온다는 점이다. 만약 이 맛있는 곰치탕을 겨울에만 먹을 수 있었다면 매일 찬바람이 부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방학동 곰치집의 곰치탕은 큰 냄비 하나에 가득 나온다. 특유의 질감 때문인지 다른 생선요리와 달리 물곰은 일정한 모양새로 손질하기가 어렵다. 곰치탕에 들어간 물곰은 다만 먹기 좋은 크기로 다듬었을 뿐, 고기 조각은 제멋대로 생겼다. 국자로 접시에 덜어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물곰의 고소한 향과 함께 김치의 맛이 정말 조화롭다. 왜 이름을 곰치국이라고 하였는지 단 한입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좋은 맛을 미천한 필력으로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나 그래도 시도해본다.

우선 시원하게 잘 끓여낸 김치국의 맛을 떠올려보자. 김치찌개처럼 묵직하고 자극적인 국물이 아니라 맑은 국물의 김치국이어야 한다. 거기에 제철을 맞아 기름이 잘 오른 맛있는 생선의 맛과 향이 배어든 느낌이라 생각하면 전달이 되려나. 맑은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하지만 생선의 고소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나름의 바디감이 있다. 부드러운 목넘김은 전날에 술 한잔을 한 사람이라면 더 스펙타클하게 느껴진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위장을 위로해주는 듯한 느낌. 느끼하게 느껴질만 하면 김치가 잡아주는 조화로움은 곰치탕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도대체 이런 맛은 어떻게 내는 걸까. 사장님께 물어보니 일절 육수를 쓰지 않는 것이 이 식당만의 비결이라고 한다. 육수를 넣으면 맛이 복잡해지고 자칫 곰치의 맛을 가릴 수도 있다. 신선한 물곰을 야채와 함께 끓이되 소금으로만 간을 한다.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나. 단순히 이것저것 많이 넣으면 더 맛있어 질 것이라 생각하는 요리 초보들은 따라하지 못할 고수의 풍모다. 강원도에서 그때그때 공수해 오는 신선한 생선과 사장님의 손맛으로 잘 담근 김치가 맛의 비결이니, 비결을 알아도 따라할 수 없다.

 

찬 바람 불면 먹으러 간다. 도치알탕과 도루묵찌개

 

곰치탕만으로도 최상급의 해장음식이지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0월이 되면 즐거운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다. 바로 겨울철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도치와 도루묵이 그것이다. 도치는 바닥에 빨판이 달린 물곰 만큼이나 못생긴 생선이다. 이쯤되면 이곳이 못생긴 생선 전문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치는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고 특히나 강원도 고성에서 유명한 별미다. 마침 사장님이 고성 출신이니 보장된 현지의 맛인 셈이다.

도치는 주로 산란기인 겨울철에 잡힌다. 식감은 편육에서 느낄 수 있는 젤라틴을 생각하면 상상이 쉽다. 숙회로 먹으면 말랑말랑 탱글한 식감이 재밌지만 정작 살에서 나오는 맛은 거의 없다. 하지만 탕을 끓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산란기의 여느 생선이 그렇듯 모든 맛이 알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산란기 도치는 씹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뼈가 물러진다. 뼈째 썰어 알과 함께 탕으로 끓인다. 뼈와 알이 충분히 끓어 국물에 배어든 맛은 곰치보다 더욱 진하다. 곰치탕이 국이라면 찌개처럼 느껴지는 도치알탕은 겨울마다 생각나는 별미다.

이름 덕분에 도치보다 더 유명한 도루묵찌개도 있다. 역시나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도루묵의 옛 이름은 목어(묵어) 또는 돌목이었는데 어느 임금이 먹어보고 그 맛에 감탄해 은어라고 이름하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물론 그 이후에 다시 먹어보니 그저 그런 맛이라 도루묵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만약 임금이었다면 마냥 은어였을 것이다. 그만큼 맛있는 도루묵은 도치와 마찬가지로 제철인 겨울이 산란기다. 역시나 모든 맛은 알에 응축되어 있는데 찌개를 끓이면 그 기름진 맛이 좋다.

하지만 도치와 도루묵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이라면 쉽사리 권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맛의 핵심인 알 때문이다. 여느 생선알보다 큰 도치와 도루묵의 은 그 자체로도 존재감이 대단하다. 한 입 떠넣어 씹으면 알의 진가가 확 느껴지는데 맛도 맛이지만 정말 질기다.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입안에서 제멋대로 노는 알은 흡사 작은 고무공을 씹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듯 도치와 도루묵의 알은 즐기는 사람에겐 재미있는 식감이라 무지 좋아하게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쳐다도 보지 않는 극단적인 호불호의 원인이다. 그래도 평소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보길 권한다.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희소성과 국물이 뿜어내는 감칠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사진6. 곰치집 사장님

 

사장님의 음식 솜씨가 워낙 좋은 탓에 반찬 하나도 빼놓을 게 없다. 반찬으로 나오는 미역은 새콤하니 입맛을 돋우고 사장님이 직접 담근 김치와 깍두기도 일품이다. 곰치탕의 주재료인 김치 맛이 좋다는 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다른 데서 먹어본 적 없는 깍두기 맛은 이곳만의 특별함이다. 다른 집보다 단맛이 적은 깍두기는 가끔 같이 삭힌 아가미가 딸려나오기도 한다. 역시나 초심자가 먹기엔 난해한 아가미 맛이지만 그 맛을 한 번 제대로 느낀다면 두고두고 생각날 것이다. 방학동 곰치집의 고유한 맛에는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당신도 알았으면 좋겠다.

 

곰치집

1) 위치: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당로 135

 

2) 찾아가는 길

- 지하철: 도봉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6

- 버스: 도봉소방서·방학남부역에서 도보 6

36, 56, 72, 72-3, 118, 133, 106, 107, 140, 142, 150, 160, 1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