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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을 채우다 ‘남원전통추어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3. 28. 14:20

지친 몸을 채우다 남원전통추어탕

 

 

바쁘고 지친 일상, 마음까지 채워줄 무언가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직 깨지 않은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선다. 학교나 일터로 가는 길에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람이 가득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 도착한 곳에는 쉴 새 없이 예정된 일과가 펼쳐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열정을 쏟아내고 나면 집에 돌아오는 길엔 방전된 배터리처럼 아무 기력이 없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보지만 주변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진정한 여유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과 마음이 결국엔 하나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과도 같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더러운 잔에 따르면 구정물이 되는 것처럼 지친 몸에 여유롭고 건강한 마음이 깃들기는 쉽지 않다. 몸이 힘들면 짜증이 늘어나고 의지가 쉽게 꺾인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하고 새롭게 펼쳐지는 모든 것에 싫증이 나기도 한다. 평소와 다르게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면 사실 그것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내 안에 무언가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면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맛있는 음식 생각이 간절하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는 말(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이 있듯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은 많은 도움이 된다. 지친 몸에 흡수되는 영양소와 좋은 맛이 입에 퍼질 때 느끼는 쾌락.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는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내일을 시작할 기운을 얻는다. 그래서 먹는 것은 단순히 활동의 연료를 얻는 물질적인 행위가 아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고, 허한 속을 채우는 치유의 과정이다.

예부터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부족한 기운을 채우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보양식이다. 복날에 주로 먹는 삼계탕이나 오리고기, 평소에는 먹어보기 힘든 염소탕도 있고 장어와 해삼, 전복, 낙지 같은 해산물도 있다. 여기에 인삼이나 황기, 더덕 같은 약용식물까지 다양하다. 좋은 음식과 약이 같은 근원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사상 아래 보양식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다. 몸이 허하게 느껴지는 어느 날이나 계절의 변화가 느껴질 때면 생각나는 보양식 한 그릇은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우리의 문화다.

 

 

가을을 대표하는 보양식, 추어탕

 

추어탕은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추어탕집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다른 보양식과 달리 가격도 저렴한 편에 속해 언제든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이다. 전통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빨간 대야 가득 담긴 미꾸라지는 강렬한 이미지다. 지칠 줄 모르고 꿈틀대는 미꾸라지는 그만큼이나 활력을 찾아주는 좋은 식재료로 여겨졌다. 그 때문인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뜨거운 여름 내내 소비했던 체력을 비축하고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추어탕을 먹는다. 추어鰍魚라는 이름에 이미 가을이 들어있듯 추어탕은 가을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가을이 되면 겨울잠을 준비하는 미꾸라지에 살이 오른다. 논농사가 주된 생계수단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미꾸라지는 흔한 식재료 중 하나였다. 지역마다 집마다 끓이는 법도 다르고 맛도 다 다르다. 주 양념으로 쓰이는 된장을 옛날에는 직접 담가 사용했기 때문에 추어탕의 맛 또한 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추어탕은 전국적으로 고루 먹는 음식이라 앞에 지역명이 붙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중 단언컨대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남원추어탕이다.

예부터 남원은 지리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맑은 계곡과 비옥한 들판을 가진 살기 좋은 고장으로 인식되어왔다. 맑은 물과 좋은 땅은 농사뿐 아니라 미꾸리가 살기에도 적격인 땅이다. 그때부터 이어진 남원추어탕의 명성은 오늘에도 이어지고 있다. 남원추어탕이라는 상호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름이기도 하고 남원에는 추어탕을 지역 브랜드로서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방도시에 추어탕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40여 곳 이상이라고 하니 추어탕은 남원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

소금으로 해감한 미꾸라지를 익혀서 통째로 갈아낸다. 준비된 추어를 된장을 비롯해 갖은 양념과 함께 끓여낸 것이 남원추어탕이다. 민물고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향을 잡기 위해 제피(초피)가루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가장 많이 접했던 추어탕이 남원추어탕인 만큼 가장 정석이라고 여겨지는 요리법이다. 남원추어탕은 유명한만큼이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네마다 하나쯤 식당이 있기도 하고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에서도 조리된 남원추어탕을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유명하고 익숙한 것과 별개로 맛있는 추어탕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먹고자 하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한 그릇의 보양식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추어탕은 드물기 때문이다. 어중이떠중이 너도나도 추어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줄 진짜 추어탕은 그 존재부터가 남다르다. 뜨거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추어탕의 묵직한 국물 한 숟가락에는 그 집의 내공이 담겨있다. 문 앞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추어탕집이라면 고수일 확률이 높으니 한 번쯤 방문해보자

 

 

오래되진 않았어도 깊은 식당

 

지하철 1호선 또는 4호선을 타고 창동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향하자. 역사를 나와 바로 오른쪽 길로 쭉 따라 걷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건물을 끼고 돌아들면 이번에 소개할 남원전통추어탕을 찾을 수 있다. 특별한 감성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은 직관적인 간판은 식당의 본질인 으로 승부할 것 같은 정통파의 무게가 느껴진다.

사진1. 남원전통추어탕 외관

전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예스러움과 달리 이 식당은 비교적 최근에 개업한 곳이다. 20185, 이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남원전통추어탕은 사장님과 아들 부부 등 가족이 함께 모여 운영하는 식당이다. 이전에 별다른 장사 경험이 없던 사장님은 어떤 음식으로 가게를 열까 고민했다. 사장님의 어머니께서 워낙 음식 솜씨가 좋으셨던 터라 어려서부터 먹고 자란 음식들 하나하나 다 되짚어 봤다.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추어탕이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먹는 이에게 힘이 되는 음식으로 추어탕이 제격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아무리 자주 먹던 음식이라도 그걸로 장사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핵가족이 일반화된 요즘 집에서 기껏 곰솥을 꺼내 대량으로 음식을 해도 20인분을 넘기 힘들다. 근데 장사를 하려면 하루에 수십 수백의 손님을 치러야 했다. 더구나 빨리빨리 끓여 나가야 했으므로 조리 동선이나 과정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에서 맛을 잃어버리면 안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고민은 점점 많아지고 처음 시작해보는 장사에 겁도 났지만 다행히도 좋은 스승님을 만났다. 어머니의 음식 솜씨는 사장님께도 이어져 금방 좋은 맛이 났다.

그렇게 시작한 남원전통추어탕은 개업하자마자 동네 어르신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추어탕 한 그릇씩 하고 가신 어르신이 친구분을 모시고 오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저 집이 추어탕을 제대로 하더라라고 소개도 해주셨다. 요새 신장개업한 가게 사장님들은 마케팅을 가장 힘들어하는데 이곳은 단지 맛 하나로 동네를 사로잡은 것이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 식당을 찾는 손님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맛집이라는 소문이 돌자 손님의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장년의 부부가 오기도 했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한 그릇씩 먹고 가기도 했다. 장사는 초반 3개월이 참 힘들다고 말하던데 식당을 채운 손님을 보며 참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뒤엎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이었다. 2019년부터 드리워진 코로나19의 그늘아래 우리 사회 전반이 모두 얼어붙었다. 식당을 찾던 손님들의 출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점심시간이면 식당을 가득 채우던 손님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포였다면 좀 나았을까.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한 새내기 식당에게 감당하기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힘은 역시나 손님이었다. 이전만큼 자주 오시지는 못해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이 있었다. 코로나19는 면역력이 중요하다며 든든한 보양식을 찾는 어르신에게 평소보다 더 정성을 듬뿍 담은 추어탕 한 그릇을 내어드렸다. 좋은 식당은 사장님보다 손님이 더 아쉽다. 어려운 시기,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 혹여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어린 마음에 응원을 보내고 가는 손님도 계셨다. 거동이 불편하신 한 어르신은 손수 걸어와 포장을 해 가기도 하셨다. 그렇게 남원전통추어탕은 손님들과 함께 코로나19를 견뎠다.

사진2. 남원전통추어탕 내부

최근에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다시 손님이 늘고 있다. 아직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식당을 채우는 손님들을 보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식당을 자주 찾던 어르신이 오래도록 오지 않으시면 걱정이 앞서 주변 분께 수소문하기도 한다.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우리 가족의 일처럼 마음이 아프고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기쁘다. 이러다 보니 어느덧 식당은 동네 주민의 사랑방이 되었다. 화려하고 대단하진 않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요새는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TMI(Too Much Information)라며 약간 무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여기선 그런 게 없다. 알고 싶지 않았던 얘기도 알게 되고 어느덧 서로의 삶에 젖어가는 곳. 원래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그렇게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원전통추어탕은 깊다. 추어탕의 맛도 맛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깊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몇 십년씩 장사를 이어 온 노포는 아니지만 이미 이 동네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을 두었다. 생각보다 너무 친해진 탓에 가끔은 짓궂게 구는 손님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다 감사하다. 지금도 가게에 들러 한번 먹어보라며 주전부리를 건네주고 가는 손님을 보며 요즘 찾기 힘든 정을 느낀다.

 

 

해장에도 좋은 맛있는 전통추어탕

 

이러니저러니 해도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다. 남원전통추어탕은 개업 후 단기간에 많은 단골이 생길 정도로 이 동네가 사랑하는 맛이다. 한번 알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마성의 맛은 동네 어르신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식당을 찾는 손님 중 7할 이상이 단골이라고 하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맛집인 것이다. 식사시간이 되면 화구에 끊임없이 뚝배기가 오르락내리락한다.

가게 안은 요새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련되고 화려한 느낌이 아닌 수더분한 동네 식당의 분위기다. 가게 안에서는 추어탕의 효능이 적혀있는 안내문이 크게 붙어있는데 어느 식당이든 이렇게 메뉴에 대한 영양성분이나 건강상의 효과를 적어놓는 건 우리나라의 식당문화인 듯 싶다. 찬찬히 읽어보면 역시나 좋은 말들이다. 비타민도 칼슘도 단백질도 풍부한 추어탕은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제일이다. 특히 뼈까지 함께 먹는 추어탕의 특성상 재료 손질에서 오는 영양소의 손실이 거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진3. 추어탕의 효능

우리에게도 유명한 중국 명나라의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추어의 효능에 대해 국을 끓여 먹으면 맛이 있다든지 비위를 따뜻하게 하여 기에 도움이 된다로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 다음에 적힌 추어는 술을 빨리 깨게 한다는 부분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전날 과음으로 지친 속을 달래기 위해 추어탕을 찾는다. 예나 지금이나 추어탕은 해장음식이었던 것이다.

남원전통추어탕의 대표메뉴는 아무래도 전통 추어탕이다. 이름 그대로 전통의 방식을 고수한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다. 추어탕은 다른 여느 식당처럼 뜨거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데 이곳에서 처음 추어탕을 먹는 사람이라면 그 오묘한 빛깔이 신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보통 추어탕하면 떠오르는 짙은 갈색의 된장 빛이 아니라 어찌보면 주황색에 가까운 국물이다. 그 위에 함께 나오는 부추를 듬뿍 얹으면 초록색과 주황색의 조화가 참 예쁘다.

사진4. 남원전통추어탕 메뉴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맛도 색다르다. 우리가 익히 알던 추어탕과는 조금 다른 추어탕이긴 한데 무언가 다른 맛. 무엇 때문일까 싶어 찬찬히 맛을 느껴보면 추어탕 특유의 텁텁한 느낌이 확연히 덜하다. 주변에 추어탕을 멀리하는 사람들은 항상 그 텁텁한 식감을 이야기하곤 했다. 추어를 익혀 뼈째 갈아 만드는 음식이다 보니 아무리 곱게 갈아도 느껴지는 뼈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그 느낌이 불편해도 다 건강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먹긴 했지만 이렇게 부드럽고 좋은 맛만 정제된 추어탕이 있다니.

사장님은 이 맛을 어떻게 내는 걸까 궁금해 여쭤보니 우리는 믹서기를 사용하지 않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추어탕은 당연히 절구든 믹서기든 도구를 사용해서 추어를 갈아내는 게 음식의 정체성과도 같다. 근데 사장님은 익힌 추어를 손으로 하나하나 뼈를 다 발라낸다고 한다. 매일 2시간 이상을 서서하는 작업은 극한직업에 나와도 될 정도로 고역이다. 뼈가 분리되면 살은 채에 으깨서 후작업을 한다. 갈지 않은 추어는 이 집 추어탕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좋은 빛깔을 내는 국물도 이해가 된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갈아내 탁한 색이었던 다른 추어탕과 달리 하나하나 살을 발라 먹기 좋게 으깬 추어탕은 들어간 정성만큼이나 맛도 탁월하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가끔 탕에서 뼈가 나온다고 얘기하는 손님도 있지만 수작업으로 추어탕을 만든다고 설명하면 다들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추어탕은 어디에나 있지만 도봉구 창동 남원전통추어탕에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이 따로 있다.

 

 

또 다른 맛, 얼큰추어탕과 추양탕

 

매번 갈 때마다 전통추어탕을 먹지만 가끔 새로운 맛이 필요할 땐 다른 메뉴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집 메뉴판에는 대표 메뉴 전통추어탕 말고도 얼큰추어탕과 얼큰추양탕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어떤 맛일지 상상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이름도 맘에 든다. 기본이 되는 전통추어탕이 맛있으니 따로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해장의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숙취가 남은 몸이 원하는 맛도 각각 다르다. 담백한 맛, 시원한 맛, 느끼한 맛 등 다양한 맛은 모두 해장에 도움이 되지만 그중 가장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은 매운 맛이다.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간 국물요리로 해장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술 마신 다음 날이면 매콤한 짬뽕이나 라면이 왜 그렇게 생각나는지. 라면집에 가서 해장라면을 달라고 하면 청양고추나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매운맛을 더한다. 외국인이 이런 장면을 본다면 도대체 왜 저런 고통을 감내하는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 맛을 아는 한국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매운 맛과는 결이 다른 얼큰함은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정서다.

사실 해장에는 매운 맛이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 음주 후에는 장기가 많이 지쳐있는 상태로 심한 경우 상처가 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음식이나 물이 해장에 제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옳은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삶을 살았는가. 얼큰함만이 주는 해장의 느낌은 잊을 수 없다. 뜨겁고 매운 국물 한입에 오르는 열기는 혈액순환이 빨라지는 것을 체감하게 한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몸에 남아 있는 독소가 싹 함께 빠져나간 것 같은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얼큰추어탕 역시 마찬가지다. 매운 맛으로 유명세를 탄 짬뽕이나 떡볶이처럼 아찔하게 매운 맛이 아니라 적절하게 퍼지는 매운 맛, 전통추어탕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소의 내장인 양을 함께 넣고 끓인 추양탕은 기름진 맛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양의 기름진 맛을 매콤한 맛이 적절히 잡아주는 조화는 추양탕에서 느낄 수 있는 개성이다. 만약 어제 술을 조금 찐하게 마셨다면 얼큰한 추어탕을 시켜보길 권한다. 얼큰추어탕과 추양탕은 사장님이 최근에 새롭게 선보인 메뉴인데 남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사진5. 남원전통추어탕 사장님

맛집은 주 메뉴뿐 아니라 모든 음식이 맛있다. 옛날에 어떤 어르신은 어느 식당을 가서 그집의 음식 솜씨를 알려면 김치를 먹어봐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식당이 김치를 사서 쓰는 요즘에는 맞지 않는 말이지만 그래도 사장님이 직접 담근 김치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남원전통추어탕의 김치도 그렇다. 사장님의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농사지은 재료로 직접 담그는 겉절이와 깍두기는 추어탕 못지않게 맛있다. 또한 그때그때 나오는 다른 밑반찬 역시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맛있어서 어느 날은 추어탕이 나오기도 전에 함께 갔던 지인들과 밥공기를 비운 적도 있다.

남원전통추어탕은 도봉의 다른 노포처럼 오랜 시간이 축적되거나 특별한 유명세가 있는 집은 아니다. 하지만 여느 맛집 못지 않은 맛과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이곳은 미래가 기대되는 집이다. 도봉구 창동에 올 일이 있다면 남원전통추어탕에 한 번 가보자. 남원이라는 이름이 달려있긴 하지만 도봉사람들이 사랑하는 이 맛은 도봉의 맛이다.

남원전통추어탕

1) 위치: 서울특별시 도봉구 해등로16104-9 하이빌

 

2) 찾아가는 길

- 지하철: 창동역 2번 출구에서 도보 6

- 버스: 서울북부지방법원등기국에서 도보 8

1120,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