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山城에서 公山城에서 평생을 땅파는 일에 투신한 고고학자와 공산성에 오른다 멀리 내다보는 일이 꼭 앞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굽은 등을 바라볼 때 파묻힌 것들의 숨결을 듣는 수없이 많았던 그의 屈身을 생각한다.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익을 대로 익어 툭툭 눈물 떨어지던 초겨울 오후..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7.14
知天命 知天命 나 호 열 너무 오래 걸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쯤에서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좀 쉬고 싶다는 마음을 들여다 보면 영락없이 너구리나 오소리 같은 작은 짐승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이 밀렵의 시대에 , 이 산하 어느 곳에서 창에나 덫에 걸려 온 몸을 결박당한 채 상처를 핥고 있는 가..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7.14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아침에 전해준 새 소리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모든 경계를 머물지 않고 죽지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7.10
삶의 증명 또는 반성으로서의 시 <詩論> 삶의 증명 또는 반성으로서의 시 나 호 열 고통의 극단에 처해 있을 때 평범한 생활이 ‘위대한’ 평범한 생활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 박찬일, 시집『모자나무』 6 아포리즘 기타 중에서 자신의 시론을 가지고 있는 시인은 행복할 것이다. 이 말은 어떤 시인들은 자신의 ..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6.07.10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나호열 시인의 시 한명희(시인․ 강원대 교수) 1. 흘러가는 세월 나이가 지천명을 넘기고, 시력(詩歷)이 20년쯤 깊어지면 시도 저절로 익어가게 되는 것일까? 나호열의 시들이 점점 더 익어가고 있다. 잘 익은 밤송이가 되어 계절을 꽉 채우고 있다. 1986년 등단..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06.06.25
정선 장날 정선 장날 이제는 늙어 헤어지는 일도 섭섭하지 않은 나이 사고 싶은 것도 없고 팔아야 할 것도 없는 장터 이쯤에서 산이 높아 일찍 노을 떨구는 잊어버린 옛사랑을 문득 마주친다면 한 번 놓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낯익은 얼굴들 묵묵부답인 저 표정을 배울 수 있을까 알아도 소용..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6.24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 나 호 열 결코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노자도덕경 5장의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만물을 풀 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의 의미가 새로운 것은 인간이 만든 온갖 것들에 대한 회의와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선거니, 월드컵이니 하는 사건들, 그리움이.. 시창작 도움자료 2006.06.18
그가 말했다 그가 말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통 같은 고독 때문에 슬프다고 그가 말했다. 황선홍 선수가 골을 넣고 세 번 손을 내저었던 것은 아내에게, 딸에게, 그리고 아들에게 보낸 자랑스런 선물이라고 벌써 사 년 전 얘기인데 티브이 화면 속에서 눈물이 울컥거릴 때였다. 마침 아무도 없는 텅 빈 오후였으..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6.07
긴 편지 긴 편지 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둥켜 않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질 때 그 안에 숨어 있던 씨앗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