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山城에서
평생을 땅파는 일에 투신한 고고학자와 공산성에 오른다
멀리 내다보는 일이 꼭 앞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굽은 등을 바라볼 때 파묻힌 것들의 숨결을 듣는
수없이 많았던 그의 屈身을 생각한다.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익을 대로 익어 툭툭 눈물 떨어지던
초겨울 오후에 공산성 꼭대기에 올라 그대를 바라본다
높은 곳에 오르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까치발을 들었지만,
높은 곳에 올라야 그대가 잘 보인다는 말은 거짓이다.
고고학자의 꿈은 될 수 있으면 땅을 파헤치지 않는
것이라고
그가 말한다. 문득, 그가 몇 백 년 전의 비바람이 묻은 기와조각을
다시 풀섶에 내려놓듯이
내 가슴에 깊이 그대를
내려놓을 때, 그대가 내 눈에 창으로 다가선다
익을 대로 익어 툭툭 떨어지는 햇살이 아름답던 초겨울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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