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앞에서
예정된 미래를 들여다보고
일찍 목숨을 끊은 사람이 부럽다
나의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의 내용을 망각한 사람이
나는 그립다
돌팔매질 같은 돈을 먹고
아낌없이 내주는 조건반사 이외는
배운 것이 없어
이 자리를 떠나지도 못한다
썩은 피의 아픔은 전류로 울고
오직 현세만을 더듬는 주민의 손길이 가끔식 나의 절망을 멈추게 한다
나는 나이다
적막한 기계
가끔식 오작동을 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려 본다
늘 기계 앞에 선다는 느낌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