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자판기 앞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12. 23:23

자판기 앞에서

 

예정된 미래를 들여다보고

일찍 목숨을 끊은 사람이 부럽다

나의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의 내용을 망각한 사람이

나는 그립다

돌팔매질 같은 돈을 먹고

아낌없이 내주는 조건반사 이외는

배운 것이 없어

이 자리를 떠나지도 못한다

썩은 피의 아픔은 전류로 울고

오직 현세만을 더듬는 주민의 손길이 가끔식 나의 절망을 멈추게 한다

나는 나이다

적막한 기계

가끔식 오작동을 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려 본다

늘 기계 앞에 선다는 느낌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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