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칼과 집 1993

오리털 이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7. 23:19

오리털이불

 

한결같이 입을 봉한 이불들

따스함에 깃드는 내력이

가볍게 잠 위에 얹힌다

흘러가는 청명한 물소리

풀먹인 옥양목 같은

겨울 하늘을 저어가던

끼룩대는 울음소리

안락한 잠은 갈대 기슭에 닿고

꿈 속에서 부화하는

몇 개의 알이 보인다

일렬종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눈 가린 오리들의 미래

가끔씩 봉합되지 않은 생애의 틈새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오는 깃털을 보며

없는 날개를 몸서리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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