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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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집 1993

옷과의 대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22. 22:53

옷과의 대화

 

헌 옷들이여 안녕

때는 더 이상 지워지지 않고

꽃이었고 빛나는 장식이었던 날들

얼룩이 졌다

감추고 싶을 때에도

드러내고 싶을 때에도

바깥 세상을 향하여

눈 내민 새싹처럼

그저 눈부신 창이었더니

변신을 꿈꾸는 마모된 감정은

길들여진 상처를 벗는다

옷장 속의 저 수많은 허물들

유행은 뒤바뀌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하여

또 하나의 허물을 준비하는

늘 알몸일 뿐인 정신을 위해

헌 옷들이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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