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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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집 1993

하얀 손수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6. 17. 21:21

하얀 손수건

 

그들은 가장 소중한 자신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말없이 두 사람은 서로의 가슴 깊은 곳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맑고 깨끗한 영혼의 날개를 접었습니다

가장 쓸쓸한 날에 못견디게 그리운 날에

그래도 눈물이 나는 날에

그 손수건은 날개가 될 것입니다

이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조그맣게 눈발처럼 흔들리는 깃발이 될 것입니다

바람도 한참 흩뿌린 후에

무늬마저 지워진 손수건은

白紙가 될 것입니다

그 백지를 들여다보며 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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