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화마을 소식들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7. 29. 17:29

 

"나도 결혼 안 했으면 더 멋진 평론가 됐을까, 하하"

조선일보 입력 2020.07.29 03:53

평론전집 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박완서·박경리 등 여성 작가론 써

"박경리 선생이나 우리 언니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고등학교를 졸업도 못 하고 결혼을 생각해야 한 수난의 세대에 속한다. 더 끔찍한 것은 그다음이다. 그렇게 결혼한 그들은 대부분 6·25 때가 되면 스물셋이나 넷의 나이로 청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아이가 둘 있는데, 남편은 전쟁이 삼켜버리고 없는 여인들…, 고교 졸업장도 없어서 온전한 데 취직도 할 수 없는 여인들…."

1세대 여성 문학평론가인 강인숙(88) 영인문학관장은 평론집 '여류문학, 유럽문학 산고' 중 '박경리 씨와의 봉별기'에서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을 떠올리며 이렇게 썼다. 강 관장은 "나는 그 세대 여인들 앞에서 무조건으로 항복하는 버릇이 있다. 그건 그분들의 고난에 대한 오마주"라고 했다. 그동안 쓴 평론을 모아 '강인숙 평론 전집'을 냈다. 김동인과 자연주의, 염상섭과 자연주의,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 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 한국 근대소설 연구, 여류문학·유럽문학 산고 등 6권으로 구성됐다. '한국 근대소설 연구'와 '여류문학·유럽문학 산고'는 이번에 새로 썼다.

강인숙 관장은 “요즘은 결혼 안 하고 글만 제대로 쓰는 여성 평론가도 많아진 것 같다”면서 “나도 결혼을 안 하면 됐을 텐데 그걸 몰랐네”라며 웃었다. /장련성 기자

 

1933년 함경남도 갑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결혼하고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데뷔했다. 당시에 그는 고등학교 교사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대학원생이었다. 강 관장은 "가정주부가 여러 권의 책을 펼쳐놓고 글을 쓰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그 당시엔 박완서 선생도 책상 없이 앉아서 썼고, 소설가 강신재씨도 책상 없이 평상에다 놓고 썼다고 한다"고 했다.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줄까 봐 항상 조심스러웠고요. 되도록 주부로서 할 일을 다 하면서 평론을 쓰려니 힘은 들고 공부도 제대로 안 됐죠." 그는 40대 후반에야 박사과정을 시작해 본격적으로 평론 활동을 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 작가론을 쓰는 평론가가 드물었다. 강 관장은 박사과정에서 박완서 소설에 나오는 도시의 양상과 모성 문제에 관한 논문들을 썼다. 그는 "여류작가론을 계속 씀으로써 여류 평론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면서 "제대로 글을 써야 '여류'라는 말이 제자리를 찾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고 했다. 박완서 소설에 대해서는 "가장 충실하게 현실을 재현한 작가로 다루는 문제들이 언제나 새로웠다"면서 "페미니즘, 도시와 인간 소외 문제, 공해 문제부터 시작해 요즘 작가들처럼 비혈연 가족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평했다.

한국·프랑스·일본 3국의 비교를 중심으로 김동인·염상섭의 자연주의를 주로 연구해왔다. "중·고 시절 배운 것과 달리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자연주의의 대표작이 아니다"라고 교과서 바로잡기를 주장했다.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와 염상섭의 자연주의가 전혀 접점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몸이 감당해내지 못할 나이가 돼 평론은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 다"고 했다. "자연주의 연구에는 아쉬움이 남아요. 교과서를 고치기 위해선 김동인·염상섭의 전 시대와 동시대, 후대 작가들을 한 사람씩 맡아서 한국적 자연주의 개념을 정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표본실의 청개구리' 앞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수 있죠. 후속 연구자가 없으니 언젠가 올 연구자를 위해 기본 자료를 남겨주는 것이 이 책을 낸 이유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9/20200729003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