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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 달군 '인용' 논쟁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7. 17. 15:11

 

 

카톡 대화 그대로 소설에…

문학계 달군 '인용' 논쟁에 문학동네·창비 보이콧까지

조선일보 입력 2020.07.16 05:01

 

젊은작가상 김봉곤作 '그런 생활'

 

김봉곤 작가의 단편소설 '그런 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출판사 문학동네·창비 거부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15일 문학동네와 창비 인스타그램에는 "앞으로 문학동네와 창비에서 나오는 책은 사지 않겠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더는 믿지 못하겠다" 등의 비판 댓글이 300여 개 달렸다.

김봉곤 작가가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소설에 옮겨 쓴 것에 대해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저는 김봉곤 작 '그런 생활'의 C 누나입니다"라고 밝힌 C씨는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C 누나의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을 하리라고 예상"하고 허락했으나, 대화를 그대로 베껴 쓴 것을 보고 항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소설가인 김봉곤은 자전적 소설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생활'에도 주인공 '봉곤'이 'C 누나'와 연애 상담을 하는 대목이 나온다. 누나는 성적(性的)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고, 수상작품집에는 수정하지 않은 작품이 실렸다. 창비에서 나온 작가의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도 해당 작품이 포함됐다. 김봉곤 작가는 C씨가 "주로 소설적 완성도를 거론했기에, 항의와 수정 요청이 아닌 소설 전반에 대한 조언으로 이해했다"면서 "분명 소통이 미흡했음을 인지하고, 작가로서 미리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지난 11일 해명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C씨가 두 달 전 출판사에 공식적으로 수정을 요청하고서 문학동네는 6쇄부터, 창비는 3쇄부터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 그러나 김 작가의 젊은작가상 수상 취소와 독자가 알 수 있게 원고 수정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학동네는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 창비는 "작가와 당사자의 의견 교환과 협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해 공지는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창작 윤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실의 대화나 경험을 작품에 쓸 때 어느 수준까지 가공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독자들은 수정 이전의 책을 산 구매자도 사생활 침해 사실을 알 권리가 있고, 사적인 대화를 가공 없이 인용해 수치심을 준 작품이라면 수상 취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젊은작가상을 함께 받은 작가들도 출판사의 대처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계간 창비 가을호에 소설을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류진 작가 역시 "소설 내용의 상당 부분이, 더구나 피해를 본 당사자의 문제 제기로 수정됐다면 수정된 내용과 이유에 대해 독자들에게 공지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16/20200716003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