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즈계 대모, 박성연 77세로 별세
지난 2018년 11월 23일, 재즈클럽 야누스 40주년 공연에서 휠체어를 탄 박성연이 열창하고 있다./조인원 기자
한국 재즈의 대모(代母)로 평가받는 박성연(77)씨가 23일 별세했다. 국내 전설적인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로, 2015년 신부전증이 악화돼 쓰러진 이후 서울 은평구의 요양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아왔다.
1978년 서울 신촌에 국내 첫 토종 재즈 클럽 ‘야누스’를 연 것으로 유명하다.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박씨는 “관객은 줄어드는데 연주비는 차마 줄일 수 없어 하루도 적자 아닌 날이 없었다”며 “급전이 필요해 아끼던 LP 수천 장과 무대 의상, 애장품까지 팔아도 빚이 1억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차료에 신촌·대학로·청담동으로 수차례 이사했지만 그는 “결코 후회 않으며 다시 돌아가도 ‘야누스’ 문을 똑같이 열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에는 ‘야누스’ 개장 40주년 기념 공연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하기도 했다.
‘야누스’는 신인 발굴과 연주 공간으로 기능하며 당시 비주류였던 재즈계를 지탱하는 원동력이자 국내 재즈 음악인의 성지(聖地)로 불린 곳이다. ‘야누스’에서 처음 데뷔 무대를 가졌던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44)은 “한국 재즈의 시작이자 지금까지 재즈를 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영향을 끼친 분이라 생각한다”며 “권위 의식 없이 어떻게든 후배들을 좋은 무대에 소개하려고 계속 노력하셨다”고 말했다. ‘야누스’는 2015년 ‘디바 야누스’로 이름을 바꿔 현재도 운영 중이다.
재즈에 매료돼 숙명여대 작곡과에 진학했고, 미 8군 무대에서 가수 경력을 시작했다. 직접 작사·작곡한 ‘물안개’ 등이 수록된 1집 앨범을 1989년 낸 이래, 지금껏 4개의 정규 앨범을 남겼다. 그는 평소 “늘 마지막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노래한다”고 말하곤 했다. 투병 중에도 지난해 가수 박효신이 낸 신곡 ‘바람이 부네요’의 듀엣 가창에 참여하는 등 박씨는 끝까지 노래했다. 박씨의 제자인 재즈 가수 말로 (49)는 “재즈라는 단 하나의 길을 벗어나지 않고 묵묵히 후배들의 기댈 곳이 돼 주셨다”며 “클럽 경영난과 건강 문제로 힘드셨을 때조차도 ‘이 모든 고통에 대해 불만이 없다. 내게는 블루스가 있으니까. 이 모든 게 내 블루스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 25일 5시 30분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3/2020082300601.html
'문화마을 소식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완서 10주기 (0) | 2021.01.18 |
---|---|
마지막일지라도 쓴다… 농담처럼, 탄식처럼 (0) | 2020.11.12 |
만해평화대상 수상자 포티락 스님 (0) | 2020.08.07 |
강인숙 영인문학관장 (0) | 2020.07.29 |
문학계 달군 '인용' 논쟁 (0) | 2020.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