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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4. 26. 17:23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지금 보니 80대에 어울리는 가사"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  입력 2020.04.22 03:00

데뷔 30주년 맞은 가수 김목경, 오늘 유튜브 통해 온라인 콘서트
"세월 흐른 지금, 노래 다시 쓴다면 싸우고 이혼할 뻔한 기억 넣을듯"

"제가 막상 60대가 되고 보니 '아니 벌써' '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그 노래에 나오는 '60대 노부부'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전혀 들어맞지 않습니다. 80대라면 모를까."

서울 청파동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만난 가수 겸 기타리스트 김목경(61)이 웃으며 말했다. 많은 사람이 김광석 노래로 알고 있지만, 최근 '내일은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이 불러 화제가 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원곡자이자 작사·작곡가가 바로 그다.

서울 청파동의 블루스 공연장인 코리아블루스씨어터에서 기타를 잡은 김목경은 "요즘도 아침마다 1시간씩 유튜브를 틀어놓고 기타 대가(大家)들의 연주를 보며 연습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의 여정과 황혼의 회한을 담은 잔잔하면서도 애절한 곡과 가사가 숱한 시청자를 가슴으로 흐느끼게 했다.

"새삼 저한테 그 노래를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사실 그건 트로트가 아니고 포크 장르인데!" 약간 당혹스러워하던 그는 "근데 임영웅이란 그 친구, 참 깨끗한 톤으로 매력 있게 소화하더라고요" 하며 이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대중적으로는 주로 이 노래로 알려졌지만, 김목경은 '한국 블루스의 대가(大家)'라는 말을 듣는 뮤지션이다. 2003년 블루스의 성지(聖地)인 미국 멤피스의 빌스트리트 뮤직 페스티벌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아 3일 연속 공연을 했고, 음악 거장들에게 헌정한다는 펜더사(社)의 기타도 받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평가받는 아티스트인 셈이다.

1970년대 후반, 기타 치는 걸 좋아하던 고교생 김목경은 우연히 청계천에서 구한 두 장짜리 블루스 '빽판'을 듣고 인생이 바뀌었다. "목화밭 흑인들에게서 나온 독특한 음계 속에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원초적 혼(魂)이 있었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게 우리나라의 한(恨)이란 정서와도 통하는 것이더라고요."

계명대 재학 중이던 1984년 '석 달만 갔다 오겠다'며 60만원 들고 영국 유학을 떠났는데 결국 6년 걸렸다. 런던에서 예술대를 다니는 한편 밴드 공연을 하며 블루스를 익혔다. "숙소 옆집에 영국인 노부부가 살았어요. 한 달에 한 번쯤 방문하는 아들과 손자를 배웅하고 나면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현관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창밖으로 보였죠." 거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다. "향수병에 걸려 있던 때였죠. 부모님도 생각나고…."

처음엔 행복하게 끝나는 거로 쓰려 했지만, 쓰다 보니 슬픈 얘기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20대 청년이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신문 사설을 열심히 읽었더니 직접 겪지 않은 일도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땐 60이란 숫자는 나완 전혀 상관없는 먼 미래라고만 생각했죠…."

1990년 귀국하자마자 낸 1집 앨범 맨 끝 '건전 가요 자리'에 넣은 이 곡이 뜻밖에 히트했다. "1000번도 더 불렀을 거예요. 3년 전 어머니 돌아가신 뒤에는 저도 너무 슬퍼 공연 중간에 노래를 멈춘 적도 몇 번 있어요." 송대관부터 아이유까지 여러 가수가 이 곡을 불렀지만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는 서유석이었다"고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만약 이 곡을 다시 쓴다면 어떤 내용을 넣게 될까. "아마 좀 더 디테일한 이야기, 감정이 들어갈 것 같아요. 이혼할 뻔했던 기억, 싸웠던 일들.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바보였어요, 미안합니다, 내가 너무 철이 없었는데 당신이 떠나고 나서도 여전히 철이 없네요….' 인생을 좀 살아보고 나니 그런 게 더 보이더군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목경은 지난 2월 7집 음반을 냈으나, 동시에 가지려 했던 기념 공연은 코로나 사태로 연기됐다. 그는 22일 오후 2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현장 관객 없이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커피 콘서트' 공연을 열 예정이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포함해 열세 곡을 부를 겁니다. 공연을 보시고 나면 블루스 음악도 좋아하시게 될 거예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2/2020042200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