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입력 2019.10.17 15:16 수정 2019.10.18 10:02
한국문학평론가협회를 이끄는 고려대 오형엽 교수, 비평 전문지 현대비평을 최근 창간했다. 김현동 기자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올 초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에 취임한 오형엽 고려대 교수
"깊이 있는 문학과 독자의 변하는 감수성 조화시키는 것도 숙제"
inform@joongang.co.kr
위기가 몰아쳐 생존이 문제가 될 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국내 대표적인 문학평론가 모임인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최근 출간한 현대비평 창간호에서 그런 절박함이 묻어난다. 대산문화재단이 후원해 지난 5월 치른 '불화, 비평의 존재방식'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 발표 내용을 창간호 특집으로 다뤘다. 문학작품을 덜 읽고, 작품 해설이나 문학평론은 더 읽지 않는, 정체성 위기 상황에서 생래적으로 비타협적이고 전복적인 문학평론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따져보자는 취지다.
올 초 임기 2년 문학평론가협회 회장에 취임해 변화를 시도하는 오형엽 고려대 국문과 교수를 만났다.
반년간 문학평론 전문지 '현대비평'
-기자만 해도 소설책 뒤의 작품 해설이나 단행본 평론집을 예전처럼 열심히 읽지 않는다.
"신경숙 표절 사태나 문단 내 성폭력 사건으로 문단 전체가 침체됐다. 문학평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그런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문학평론 발표 지면이 줄어드는 상황도 비평 축소에 영향을 끼친다. 독자들이 작품 해설이나 평론을 예전처럼 읽지 않는 현상은 갈수록 가볍고 짧고 감성적인 글을 선호하는 독자 감수성 변화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문학평론 기능의 활성화가 문학 활성화의 토대가 되리라는 생각에서 현대비평 창간호를 내게 됐다. 현시점에서 국내 유일의 비평 전문지라고 자부한다."
-비평을 통한 문학 활성화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쉽지는 않겠지만 계속 시도해야 한다. 지금은 작가 중심이 아니라 독자 중심 시대다. 작가들이 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시나 소설을 쓴다. 작가와 독자 간의 기존 서열 관계를 해체하는 의미는 있지만 문학 하향 평준화의 우려도 있다. 문학평론이 중간에서 문학의 깊이와 독자의 감수성이 조화되도록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회원 수 400명에 이른다. 강단 평론가와 현장 평론가를 망라한다. 김현동 기자
-협회 임원진이 젊어지고 성향이 다양해졌다.
"창간호 발간사에도 쓴 것처럼 학교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강단비평과 문예지 중심의 현장 비평, 또 문학진영간 평론가 세대간 소통의 허브 역할을 평론가협회의 과제로 설정했다. 창비나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등 출판사를 중심으로 한 문학 진영, 에콜들 사이의 구분이 과거처럼 뚜렷하지 않지만 각 진영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평론가들을 두루 임원으로 모셨다. 서로의 입장차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생산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다."
그런 취지에 맞게 현대비평 창간호는 소통에 신경 쓴 모양새다. 문학비평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했던 SF, 페미니즘·퀴어문학, 독자의 위상, 이렇게 세 영역을 특집에서 살폈다. 그 가운데 노태훈의 글 '(순)문학이라는 장르와 매체'는 흔히 장르문학과 대비되는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른바 '순문학'도 일종의 장르일 뿐이라는 논의를 펼친다.
'한국의 현대비평' 코너는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의 대표평론 다시 읽기다. 평론가 백지연씨가 백낙청의 1985년 글 '민중·민족문학의 세 단계'의 현재적 의미를 살폈다. 백낙청이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을 높게 평가한 대목의 의미를 짚는다.
오 회장은 "내년부터는 현대비평을 올해 반년간지에서 계간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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