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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세계의 문학’, 역사 속으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0. 9. 12:30

 40년 역사 ‘세계의 문학’, 역사 속으로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ㆍ민음사, 반응 저조에 겨울호로 폐간…내달 개편이나 재창간 구상 발표

40년간 이어져 온 문예지인 계간 ‘세계의 문학’이 올겨울호까지만 발행된다.

‘세계의 문학’을 발행해온 민음사는 “11월 말 내놓는 2015년 겨울호를 끝으로 ‘세계의 문학’ 발행을 중단한다”며 “이후 개편이나 정간 후 재창간의 형식과 내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십종이 쏟아지지만 다 엇비슷해 독자들의 관심을 잃은 문예지의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그릇’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음사는 최근까지 연 1억원을 들여 ‘세계의 문학’을 계절마다 초판 1500부씩 찍었다. 출간된 계간지는 증정이나 서점 판매분이 대다수이고, 정기구독자는 최근 30~10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세계의 문학’은 1976년 3월 창간됐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당시 초대 편집위원을 맡아 10년 가까이 잡지를 운영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후기 구조주의’ 등의 개념을 처음 국내에 소개했다. 특히 국내 작품만이 아니라 해외 문학·철학 이론, 작가와 작품을 선구적으로 소개하는 창구였다. 창간한 해부터 10년간 독일 비평가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가 연재됐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제3세계 문학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소개됐다.

‘세계의 문학’이 생긴 이듬해에는 ‘오늘의 작가상’이 제정됐다. 이문열, 강석경, 한수산, 박영한 등이 이 상을 통해 등단했고, 그들의 작품이 ‘세계의 문학’ 지면을 채우기도 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이날 “워낙 오래된 계간지이다 보니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해도 그 안에서 활력을 불어넣기가 쉽지 않았다”며 “갈수록 계간지에 대한 반응이 저조해지기도 했고, 좀 더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새로운 잡지를 고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고 새 출발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도해왔던 여러 변화를 이어가면서 신선한 충격이 필요하다는 수준의 논의 결과”라고 밝혔다.

민음사는 늦어도 11월 중에 ‘세계의 문학’을 이어받을 새로운 형태의 문학콘텐츠를 구상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민음사는 올해부터 ‘오늘의 작가상’도 전면 개편했다. 신인의 장편 공모 형식이던 것을 이미 출간된 소설을 대상으로 하되 독자를 포함한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도록 했다. 민음사는 시 부문의 ‘김수영 문학상’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