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빈 화병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6. 7. 23:16

빈 화병 / 나호열

 

자유를 향하려면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한다

산소를 호흡하려 수면을 박차는 물고기들의 입

속은 투명하게 비워져 있어야 한다

 

누가 이렇게 힘든 자세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

 

먹지도 말하지도 않는 입 속으로

칼칼한 먼지가 내려 쌓이고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생

들꽃이 찾아오면 저 멀리 둔덕 너머 아련한 새벽 안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새들과

쓸쓸한 밤벌레의 울음이

함께 배경이 될 수 있을까

쀠리 잘린 채 잠시 머물다 가버린 사랑들아 안녕

누가 이 못난 가슴에 소주라도 가득 부어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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