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存 / 나호열
무섭다, 남의 목 속에 들어가
남의 피와 살이 된다는 것이‥‥‥
땡변 내리쬐는 여름 한낮
무료하게 휘두르는 채질에
건너편 우사牛舍에서 날아온 파리들이
툭툭 허공을 움켜쥐며 떨어진다.
완강했던 노인의 팔뚝에
自害처럼 그어진 불거진 푸른 핏줄
기쁘게 게으른 닭들을 위하여 파리는
닭들은 노인과 함께
멀리 떠나 있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아무 곳에서 똥을 휘갈려 댄다
이 분별없는 행동들을 아무도 제지하거나
면박주지 않는 산촌의 여름 한낮
알 수 없는 몽롱한 먹이사슬
끝없는 똥과 밥의 공존 사이에서
살과 살을 부딪는 사랑 놀음은
정말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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