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누대 累代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6. 2. 22:43

累代 / 나호열

 

나는 자꾸 인생에 대해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건들거리는 큰 놈과

천방지축 나돌아다니는 막내 놈에게

'살아지는'과 '사라지는' 그 사이를

말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당신도 모르는 인생을 애들이 어떻게 알겠냐고

빈정대지만

그럴 때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스스로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아버지를 내쫓은 세상 풍진 속에서 스스로 흔들리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 사이에서 질긴 잡초가 되어 솟구치던

청춘의 권태는 무섭도록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내 삶과 함께 있다

쌍욕과 회초리질에 면역되지 말고

맞서서 싸우라고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악을 쓰고 있었는데

밤새 시퍼렇게 멍든 것은

나 혼자뿐이다

소갈머리 훤히 들여다보이는

찢어진 한 조각

내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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