累代 / 나호열
나는 자꾸 인생에 대해서
그들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건들거리는 큰 놈과
천방지축 나돌아다니는 막내 놈에게
'살아지는'과 '사라지는' 그 사이를
말하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당신도 모르는 인생을 애들이 어떻게 알겠냐고
빈정대지만
그럴 때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스스로 행방불명된
아버지와
아버지를 내쫓은 세상 풍진 속에서 스스로 흔들리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 사이에서 질긴 잡초가 되어 솟구치던
청춘의 권태는 무섭도록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내 삶과 함께 있다
쌍욕과 회초리질에 면역되지 말고
맞서서 싸우라고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는 악을 쓰고 있었는데
밤새 시퍼렇게 멍든 것은
나 혼자뿐이다
소갈머리 훤히 들여다보이는
찢어진 한 조각
내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