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
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가서
더욱 거세지는 힘
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
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
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바람과 멀어지면서
나 또한 잠시라도 멈추어 서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지만
앞으로 떠밀어내는 힘 때문에
더 멀리 달려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젠가는 풀썩 무릎 꺾고 주저앉기 위하여
거친 숨 몰아쉬며 그대 이름 부르기 위하여
세상에는 그렇게 어딘가를 떠나온
도착해야할 집들을 잃은
꽃들이, 나무들이
바람으로
바램으로 가득하지 않은가
'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꽃 (0) | 2012.12.10 |
---|---|
꽃다발을 버리다 (0) | 2012.12.08 |
가까운 듯, 먼 듯 (0) | 2012.12.05 |
다인이라는 사람 (0) | 2012.12.04 |
내 마음의 벽화. 5 / 나호열 (0) | 2012.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