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벽화. 5 / 나호열
좋은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산을 가득 품은 적막이
그 모습 드러내지 않듯이
좋은 그림은 귀로 들어야 하는 법이다
뻐꾸기는 뻐꾸기를 향하여
개구리는 개구리를 향하여
매미는 매미를 향하여
한 목숨 긴 목청을 뽑아내는데
누가 그들이 울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 시절의 절창을 함부로 들었다고 하지 말아라
뻐꾸기가 건네주는 봄 숲의 빈터
개구기가 쏟아내는 초여름 무논의 어둠
이제는 매미가 십 년 세월 끌고 올라온 흙 냄새
나는 그것들을 펼쳐놓고
떠오르는 얼굴 하나를 단풍들게 하고 싶을 뿐
문신으로 아로새기고 싶을 뿐
'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운 듯, 먼 듯 (0) | 2012.12.05 |
---|---|
다인이라는 사람 (0) | 2012.12.04 |
내 마음의 벽화. 4 (0) | 2012.12.02 |
내 마음의 벽화. 3 (0) | 2012.11.30 |
내 마음의 벽화. 2 (0) | 2012.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