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내 마음의 벽화. 5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2. 3. 10:19

내 마음의 벽화. 5 / 나호열

 

 

 

좋은 그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산을 가득 품은 적막이

그 모습 드러내지 않듯이

좋은 그림은 귀로 들어야 하는 법이다

뻐꾸기는 뻐꾸기를 향하여

개구리는 개구리를 향하여

매미는 매미를 향하여

한 목숨 긴 목청을 뽑아내는데

누가 그들이 울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 시절의 절창을 함부로 들었다고 하지 말아라

뻐꾸기가 건네주는 봄 숲의 빈터

개구기가 쏟아내는 초여름 무논의 어둠

이제는 매미가 십 년 세월 끌고 올라온 흙 냄새

나는 그것들을 펼쳐놓고

떠오르는 얼굴 하나를 단풍들게 하고 싶을 뿐

문신으로 아로새기고 싶을 뿐

 

'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운 듯, 먼 듯  (0) 2012.12.05
다인이라는 사람   (0) 2012.12.04
내 마음의 벽화. 4  (0) 2012.12.02
내 마음의 벽화. 3  (0) 2012.11.30
내 마음의 벽화. 2  (0) 201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