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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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꽃다발을 버리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2. 8. 14:10

꽃다발을 버리다 / 나호열

 

그가 좋아하는 한 묶음의 꽃다발

그의 가슴에 안겨드리고 싶어서

온 천지를 헤매었다

모래 사막을 바라보던 눈에는,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허둥대던 손으로는

그 꽃은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훤히 보이는데

때 묻은 손길이나마 가지런히 모으면

그게 꽃인데

숨차게 달려가도 먼 그에게

이미 시들어버린 꽃을 드려야 한다

문 밖에서 망설이다가

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

작은 시냇물 물고기 떼와 만날 때의

여린 웃음소리와

타인들의 목소리에

그가 나 없이도 잘 사는 사람임을 안다

밀어냄과 당김의 엇갈림을 온몸으로 받으며

황망히 문을 열고 나오니

온통 빈 벌판인

내 마음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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