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듯, 먼 듯 / 나호열
어제는 눈 내리고
오늘은 바람 몹시 불었다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나지막한 음성에 놀라 창 밖을 보니
백운대, 인수봉이 가까이 와 있다
늘 마주하는 이웃이지만
언제나 찾아가는 일은 나의 몫
한 구비 돌아야 또 한 구비 보여주는
생은 힘들게 아름다워
휘청거리는 그림자에 등 내밀어주는
침묵 뿐 이더니
곧게 자란 몇 그루 소나무 위의 잔설을 털며
몇 년 묵었어도 아직 향기 은은한 작설 잎을
구름에 씻어낸다
멀리 떨어져야만 한 눈에 들어오는 사람
한 걸음에 다가가면 홀연히 모습 감추는 사람
혹시, 하고 물어보니
눈보라 헤치며 홀연히 자리를 뜬다
간 밤의 긴 갈증
머리 맡에 냉수 한 사발은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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