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을 버리다 / 나호열
그가 좋아하는 한 묶음의 꽃다발
그의 가슴에 안겨드리고 싶어서
온 천지를 헤매었다
모래 사막을 바라보던 눈에는,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허둥대던 손으로는
그 꽃은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으면 훤히 보이는데
때 묻은 손길이나마 가지런히 모으면
그게 꽃인데
숨차게 달려가도 먼 그에게
이미 시들어버린 꽃을 드려야 한다
문 밖에서 망설이다가
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불빛
작은 시냇물 물고기 떼와 만날 때의
여린 웃음소리와
타인들의 목소리에
그가 나 없이도 잘 사는 사람임을 안다
밀어냄과 당김의 엇갈림을 온몸으로 받으며
황망히 문을 열고 나오니
온통 빈 벌판인
내 마음속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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