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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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가까운 듯, 먼 듯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2. 5. 22:09

가까운 듯, 먼 듯 / 나호열

 

어제는 눈 내리고

오늘은 바람 몹시 불었다고

내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나지막한 음성에 놀라 창 밖을 보니

백운대, 인수봉이 가까이 와 있다

늘 마주하는 이웃이지만

언제나 찾아가는 일은 나의 몫

한 구비 돌아야 또 한 구비 보여주는

생은 힘들게 아름다워

휘청거리는 그림자에 등 내밀어주는

침묵 뿐 이더니

곧게 자란 몇 그루 소나무 위의 잔설을 털며

몇 년 묵었어도 아직 향기 은은한 작설 잎을

구름에 씻어낸다

멀리 떨어져야만 한 눈에 들어오는 사람

한 걸음에 다가가면 홀연히 모습 감추는 사람

혹시, 하고 물어보니

눈보라 헤치며 홀연히 자리를 뜬다

간 밤의 긴 갈증

머리 맡에 냉수 한 사발은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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