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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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풍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5. 19. 09:29

풍경 / 나호열

 


  깊은 산중 홀로 숨어 들어와 가슴으로 우는 사람들처럼 지천에 깔린 꽃들은 한결같이 바람을 가득 담고 있다 휘적휘적 앞에 가는 김남표 씨 배추농사를 짓다가 작파한 땅에 온갖 씨앗을 흩뿌렸다지 힘들게 고개 들어 보니 고산준령, 숨 헐떡이는 하늘이 가까워서 좋은데 여름은 짧고 겨울은 길다 한동안 이것저것 이름 물어보는 일 생명을 뿌리기는 하되 돌보지는 않는 신에게 던지는 질문 같다 질펀하게 피어올린 무리진 울음을 보다 보면 세상을 건너가는 말들이 부질없다 해바라기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바다 쪽을 향하는데 성큼 고압송전탑들이 말없이 태백을 넘어가고 있다  物神의 피 검고 차가운 어리석음이 뻐근하게 뒷목을 친다 갑자기 고원에 목숨을 내건 꽃들의 피를 오래 단전된 영혼의 마루에 뿌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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