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전화기 속으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 넣었는데
먼 곳에서 너는 바람소리만을 들었다고 한다
돌개바람처럼 말들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빙하의 목구멍을 지나는 동안
한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고
텅 빈 머리 속에서 꽃이 졌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처음부터 그 말들은 문법이 맞지 않고
몰매 맞은 멍 자국이 너무 파랬다
웅웅거리는 바람소리가 너의 가슴에 도착하기에는
몇 번의 우기와 건기가 지나가야 할까
다시 전화기를 드니 급히 세상으로 내려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내세를 덮는 저 발자국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