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타인의 슬픔 2008

바람소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4. 17. 00:19

바람소리 

 

전화기 속으로 수많은 말들을 쏟아 넣었는데
먼 곳에서 너는 바람소리만을 들었다고 한다
돌개바람처럼 말들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
빙하의 목구멍을 지나는 동안
한 계절이 속절없이 지나고 
텅 빈 머리 속에서 꽃이 졌던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처음부터 그 말들은 문법이 맞지 않고
몰매 맞은 멍 자국이 너무 파랬다
웅웅거리는 바람소리가 너의 가슴에 도착하기에는
몇 번의 우기와 건기가 지나가야 할까
다시 전화기를 드니 급히 세상으로 내려가는
물소리가 들린다
내세를 덮는 저 발자국 소리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밤   (0) 2012.04.20
내일이면 닿으리라   (0) 2012.04.18
큰 물 진 뒤   (0) 2012.04.12
너에게 묻는다   (0) 2012.04.11
보름달   (0) 201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