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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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보름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4. 10. 23:40

보름달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

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

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

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

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시에 피어오르면

그 향기가 저렇게 빛날까요

천 만개의 촛불을 한꺼번에 밝히면

깊은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리는

이제 막 태어난 낱말 하나를

배울 수 있을까요 읽어낼 수 있을까요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말없음표가 뚝뚝 세상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입을 다물고 침묵을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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