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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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큰 물 진 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4. 12. 23:49

 

큰 물 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 다시 푸르고

햇빛은 강물에 뛰어 들어가 은빛 비늘을 반짝였다

사나운 마음이 그런 것처럼

붉은 혀 널름거리던 시간이 지나자

영영 사라져 없어질 것 같던 길이며 작은 풀꽃들

휘었던 어깨를 곧추세우고

어느 사람은 뛰고

어느 사람은 천천히 걷고

어느 사람은 힘겹게 지팡이 짚고 걸어가는 길

그 길 속으로 물의 말씀은 스며들어갔을까

오랜만에 강둑에 앉아 강아지풀처럼 흔들거리며

이별이란 말을 버리기로 했다

무심한 듯 떠 있는 구름은 어제의 흙탕물

흙탕물을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들

이 세상에 영원히 떠나가는 것은 없다

눈이 밝지 못해 회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눈물 대신 손을 흔들자

큰 물 진 뒤 세상은 기다림의 푸른 손들로

다시 무성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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