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 진 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 다시 푸르고
햇빛은 강물에 뛰어 들어가 은빛 비늘을 반짝였다
사나운 마음이 그런 것처럼
붉은 혀 널름거리던 시간이 지나자
영영 사라져 없어질 것 같던 길이며 작은 풀꽃들
휘었던 어깨를 곧추세우고
어느 사람은 뛰고
어느 사람은 천천히 걷고
어느 사람은 힘겹게 지팡이 짚고 걸어가는 길
그 길 속으로 물의 말씀은 스며들어갔을까
오랜만에 강둑에 앉아 강아지풀처럼 흔들거리며
이별이란 말을 버리기로 했다
무심한 듯 떠 있는 구름은 어제의 흙탕물
흙탕물을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들
이 세상에 영원히 떠나가는 것은 없다
눈이 밝지 못해 회귀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눈물 대신 손을 흔들자
큰 물 진 뒤 세상은 기다림의 푸른 손들로
다시 무성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