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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산에 들어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1. 16:04

 

산에 들어 / 나호열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겨울 산에 들어

그 산이 품고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어내고 싶었다

 

직립한 나무들의 선정과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얼음으로 굳어 있는 말들과

낙엽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싹들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주인이면서 주인임을 부인하는

산과 면벽하면서

 

나는 하루 해가 짧다고

오동나무의, 곤줄박이의 삶을

그대로 내려놓고 돌아왔다

 

산을 읽듯이 당신을 읽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나무들이 선정에서 깨어나는 소리와

얼음 풀리는 개울물과

하늘을 깨고 비상하는 새들의 날갯짓

어느 하나도

 

내 인생 전부가 흘러간다 해도

영원히 읽지 못할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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