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어 / 나호열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겨울 산에 들어
그 산이 품고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어내고 싶었다
직립한 나무들의 선정과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얼음으로 굳어 있는 말들과
낙엽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싹들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주인이면서 주인임을 부인하는
산과 면벽하면서
나는 하루 해가 짧다고
오동나무의, 곤줄박이의 삶을
그대로 내려놓고 돌아왔다
산을 읽듯이 당신을 읽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나무들이 선정에서 깨어나는 소리와
얼음 풀리는 개울물과
하늘을 깨고 비상하는 새들의 날갯짓
어느 하나도
내 인생 전부가 흘러간다 해도
영원히 읽지 못할
한 권의 책이다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성 지날 때 (0) | 2012.03.04 |
---|---|
겨울밤 (0) | 2012.03.02 |
제 1부 내일이면 닿으리라 (0) | 2012.02.28 |
시집 표지 (0) | 2012.02.26 |
시집을 엮으며 (0) | 2011.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