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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제 1부 내일이면 닿으리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2. 28. 22:01

 

제 1부 내일이면 닿으리라

 

 

 

폭설 / 나호열

 

 

하늘이 똥을 누신다

무량하게 경전을 기다리는 사람들 위로

몇날 며칠을 똥을 누신다

거름이다

말씀이다

사람들이 만든 길을 지우고

몇 그루의 장송도 넘어뜨렸다

아우성에도 아랑 곳 없이

부질없는 쇠기둥을 휘게 만들었다

하늘에 방목한 것은 조개, 양 떼, 새털 이름을 가진

구름 뿐,

냄새나지 않는 똥을 누시는 까닭이다

무량하게 사람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아우성치지 마라

말씀의 거름 잘 새겨들어라

 

깊은 어둠에서 눈은 더욱 밝게 뜨이고

순백의 천지는 눈을 더욱 멀게 만든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마라

철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아라

 

산은 그럴수록 더욱 우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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