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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겨울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2. 21:42

겨울밤 / 나호열

 

 

황소가 한 마리 들어온다

두 마리 들어온다

망나니의 칼이 허공을 가른다

틈을 막아야 했는데

틈으로 들어오는 손을 피해

태아처럼 온몸을 둘둘 둥글린 방이

먼저 허공에 뜬다

저 탯줄을 끊어야 해

손은 방 안을 황소처럼 헤집고

칼 비린내를 풍긴다

나는 허공에 갇히고, 아니

방에, 방의 꿈에 갇히고

겨울 밤 하늘에 아득히 별 터지는 소리

황소가 들어 왔는데

망나니가 춤추며 들어왔는데

나는 그 틈을 빠져나갈 수 없다

꿈에 소름이 돋는다

고슴도치 같은 꿈에 서리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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