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 나호열
황소가 한 마리 들어온다
두 마리 들어온다
망나니의 칼이 허공을 가른다
틈을 막아야 했는데
틈으로 들어오는 손을 피해
태아처럼 온몸을 둘둘 둥글린 방이
먼저 허공에 뜬다
저 탯줄을 끊어야 해
손은 방 안을 황소처럼 헤집고
칼 비린내를 풍긴다
나는 허공에 갇히고, 아니
방에, 방의 꿈에 갇히고
겨울 밤 하늘에 아득히 별 터지는 소리
황소가 들어 왔는데
망나니가 춤추며 들어왔는데
나는 그 틈을 빠져나갈 수 없다
꿈에 소름이 돋는다
고슴도치 같은 꿈에 서리가 내린다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부연 폭포 (0) | 2012.03.07 |
---|---|
장성 지날 때 (0) | 2012.03.04 |
산에 들어 / 나호열 (0) | 2012.03.01 |
제 1부 내일이면 닿으리라 (0) | 2012.02.28 |
시집 표지 (0) | 2012.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