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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건봉사, 그 폐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7. 18. 16:15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

치, 쓰르레미, 귀뚜라미

목청껏 울게 하더니

겨울에는 그 모든 것 쓸어담아 흰 눈으로 태우는

건봉사, 그 폐허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대의 폐허가 되고 싶다

아무렇게 읽어도 사랑이 되는

사랑을 몰라도 눈물이 되는

바람의 집

그대의 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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