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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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청간정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7. 21. 09:49

청간정에서 / 나호열

 

 

 

죽은 채로 이렇게 살겠다

불끈 쥔 주먹 같은 숯 검덩이 가슴 같은, 아니,

시커멓게 타버린 눈물 같은 솔방울 몇 개 달고

철 안든 대나무 곁에 서 있다.

두 눈에 불을 켜고 바닷속을 뒤집는 오징어배의 노동이

허약한 팔뚝에 낚싯줄처럼 걸리고

수평선에 목매고 싶은 그런 여름은 가고 없다

논에 김매러 갈 시간, 정신없이

땅에다 잘못도 없이 고개 조아려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

시인들은 정자에 앉아 무엇을 생각했을까

사표 쓰고 막막히 떠나와서

이제야 말을 버린다

바다의 몸짓처럼, 쌍욕처럼

토악질하듯 정처없는

말을 버린다.

마지막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사랑한다

그 말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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