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言志의 의미 詩言志의 의미 나호열 (시인) 문학의 종말이 코 앞에 와 있다는 비관과 자조 속에서도 여전히 시는 발표되고 있고 팔리지 않는데도 시집은 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인이 되기 위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하여 분투를 거듭하고 있고 수많은 문학상들은 으뜸가는 시들과 시인을 가르..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6.11.07
제주기행. 4 제주기행. 4 섬 안에 섬이 있다는 말, 뼈에 닿는다 눈높이 저 너머에 있던 바다가 저녁이 되자 발밑으로 스며들더니 아예 귀 속으로 밀려들어 온다 벽을 사이에 두고 낯 선 사람들 억새가 한창이라는 山間에 몸을 맡겨두고 코 고는 소리가 한창이다 산과 바다가 몸을 섞는 모양이다 내일이면 떠날 텐데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11.01
청풍에 가다 청풍에 가다 불현듯 앞을 막아서는 안개 때문이라고 뒤늦은 발걸음 뉘우칠 수는 없겠네 한 계절 꽃 피우던 얼굴 어떻게 지울 수 있을까 까맣게 타버린 씨앗 눈물 대신 발밑에 뿌려두었으니 함부로 밟아서도 성급히 손으로 거두어도 되지 않을 일 청풍은 잠시도 발길 멈추지 못하게 하였으나 나는 보고..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10.30
디지털 문학의 향방과 문제점들 디지털 문학의 향방과 문제점들 나 호 열 디지털 문학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학문적 성과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의 과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과 문학에 관련된 연구 성과는 적지 않은 듯 보인다. 1998년 민음사에서 간행된 『문학의 새로운 견해』제 3부에 수록된 정과리의 「컴퓨터와 문학..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6.10.11
디지털 유령에 갇힌 인간 로봇 디지털 유령에 갇힌 인간 로봇 나 호 열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의 새로움 또는 새로운 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급기야 현재 한국문학계가 처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언급이 가해졌다. 한쪽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는 서정 抒情을 밑바탕에 깔고서 구태의연한 자연..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6.10.11
오래된 책 오래된 책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갈피 속에 숨어들어 납작해진 벌레의 상형에 얹혀있다 매일 내려 쌓이는 눈 위에 발자국처럼 길게 어디론가 마침표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쌓이는 세월보다 녹아 스며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 수심이 깊은 호수가 출렁거린다 가끔..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10.11
시에 대한 몇가지 편견 시에 대한 몇가지 편견 이성복(시인) * 우리는 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손이 분명히 해보다 작지만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으므로 ‘해보다 손이 크다’라는 착각을 한다. 시에 대한 우리들의 편견 중에 하나가 비유가 많으면 시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이다. 영화 "LONG SHIP"에서 잃어버린 황.. 카테고리 없음 2006.09.10
삶의 진정성을 향해서 삶의 진정성을 향해서 김명인 (시인) 제 주변의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아주 어려서부터 글을 쓰고자 했고, 나중에 그 꿈을 실현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몇 달 전의 일인데, 저한테 혹시 중 고등학교 때 쓴 작품이 있으면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들고 싶다며 원고 청탁이 왔습.. 시창작 도움자료 2006.09.10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그는 하찮은 일을 위해 일했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한결같이 일그러진 얼굴과 퀭한 눈과 헝클어진 머리칼과 약간은 썩은 냄새를 풍기는데, 고행자는 한결같이 굶주림의 미소와 약간의 빵 굽는 냄새의 평화를 보여준다. 저기, 고행자가 지나간다, 고행자는 사라지고 있는데, 한 번도 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9.09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 스물 넷 젊은 병사는 밤이면 막사를 나와 강가로 보초를 서러 갔다네 죽도록 사랑한다던 여자는 편 지 한 통으로 죽음을 대신하고 소리죽여 흐르는 강물에 수 천 통의 편지를 쓰고 또 썼다네 잠들어 악몽에 시달리는 것 보다 아직 젊어 해독할 수 없는 풀벌레의 울음과 아직 젊어 껴안을..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6.09.09
킹스톤에서의 하루(5) 5. 촛불을 끄며 742호의 촛불 불을 당기면 가만가만 어둠을 밀어내는 손이 보인다 멀리도 말고 손끝에서 발름대는 향기 스치듯 호접란이 방금 날개를 펼치듯 펄럭이는 긴 소매 속에서 한 타래의 이야기가 둘둘 풀린다 누구를 생각할 때나 혼자서 술잔을 기울일 때나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혼자 식탁에..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4) 4. 사랑하기 위하여 가을 호수 나 이제 가을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움의 들 물길이 외로움의 날 물길보다 깊어 나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없습니다 길이 없어 흰 구름만이 철새처럼 발자국을 남기고 눈도 씻고 가는 곳 당신의 얼굴 가득히 담아 바람은 가끔 물결을 일렁이게 하지만 당신이 놓아준 작은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3) 3. 정적 한웅큼 면벽面壁 돌아 왔습니다 침묵 앞으로 적막 속으로 나지막히 인사 합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얼굴 씻고 흐린 세상 바라본 눈도 꺼내어 씻고 무심코 만졌던 탐욕 두 손을 마지막으로 씻었습니다 침묵 앞에 무릎 꿇습니다 적막 속의 길로 들어섭니다 돌아 왔습니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그..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2) 2. 킹스톤 가는 길 문호리 예배당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 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
킹스톤에서의 하루 (1) 킹스톤에서의 하루 나 호 열 1. 촛불을 켜며 촛불을 켜다 밝고 맑은 날에는 제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어둡고 길 잃어 힘들어질 때 저는 비로소 당신 곁으로 달려가 당신의 발 밑에 엎드리는 작은 불빛입니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저는 예비합니다 밝고 맑은 날에도 저는 영혼의 심지를 올려 어..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