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에게 난에게 사나흘 머무르려면 오지를 말지 얼마나 먼 곳으로부터 왔는지 어슴프레 새벽 향기 몇 편 손 닿을 수 없고 눈길에도 녹아내릴 듯 하니 천 길 우물 속에 빠진 작은 별 처럼 차고 흰 가슴에 묻힐 것이냐 어느 눈 온 날 홀로 떠난 발자국처럼 사나흘 머무르려면 오지를 말지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1.11
불의 산 불의 산 - 민둥산 억새 긴 문장 하나가 산을 오른다 꼬리에 꼬리를 문 맹목의 날들처럼 검은 상복의 일개미들의 행렬처럼 발자국들 눌리고 덮히며 수직으로 서려는 탑인 듯 길은 꿈틀거린다 고독한 여행자 같은 가을이 느릿느릿 산의 몸을 더듬을 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는 숲을 지나서 이윽고 다다르..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1.10
壯士장사의 꿈 壯士장사의 꿈 샅바를 잔뜩 움켜쥐고 쓰러지거나 쓰러지지 않기 위하여 부딪치는 힘의, 하염없는 눈물을 본다 모래바닥으로 떨어지는 땀방울 삶의 용틀임 뒤로 흘낏 허공이 보였다 사라진다 허리춤을 잡아당기는 거한의 두툼한 손아귀 날마다 쓰러지고 또 일어서는 자화자 장단 편안하게 누워 승자..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0.26
통조림 통조림 / 나호열 인생의 반쯤이 지나가고 있다 반환점이 없는 오르막길을 내처 달리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통조림 빈 깡통처럼 나는 울고 있었어 그도 그랬을까 제 것을 아낌없이 다 주고 나보다 어린 나이에 인생을 마감하면서 눈을 감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팔매를 맞고서도 아프지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0.25
[중앙 시평] 성, 언론, 그리고 소통 [중앙 시평] 성, 언론, 그리고 소통 | 기사입력 2009-07-08 00:51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사람의 의식도 시대가 만든다. 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잠재한 성 의식 역시 시대 변화에 따라 아주 민감하게 변해왔다. 농경사회에서 성은 종족 번식의 수단이었다. 성은 번식을 위한 것일 때 비로소 의미를 지..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9.10.25
사실과 진실의 혼돈을 극복해야 사진 MBC 뉴스 사실과 진실의 혼돈을 극복해야 나호열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우리의 의식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냉소가 스며들어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법은 반민주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의 저항은 마땅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지켜.. 문화평론 2009.10.22
동행 동행 / 나호열 그는 남산을 천천히 걸어 올라 갔고 나는 다시 침침한 지하도를 더듬거리며 내려왔다 앞으로 한동안은 잊어버릴 것이다 먼지처럼 가볍게 모이를 찾아 내려오는 비둘기들이 백지위에 더러운 발자국을 남기고 흩어졌다 휘발되지 않는 상처를 나눠 가지며 우리는 똑같은 무게의 하늘을 쳐..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0.18
재현의 의미를 묻는 사진 예술 (1) / 나호열 재현의 의미를 묻는 사진 예술 (1) / 나호열 우리가 스쳐 보내는 수많은 사물들, 풍경, 인물, 장소를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눈으로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대상물이 지니는 히스토리를 작가의 눈으로 읽어내는 것, 숨겨져 있는 사물의 히스토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사진예술이다. - 구본창 사.. 문화평론 2009.10.16
닥터 지바고 닥터 지바고 나호열 광활한 대지와 무한한 하늘을 낮밤을 함께 주신다면 작은 오두막집을 짓겠습니다 낮이면 한발자국씩 길을 만들고 밤이면 돌아와 별들의 눈빛을 밝게 하겠습니다 길 하나의 끝은 그리운 사람의 오두막에 닿게 하고 별들의 심지가 다할 때까지 사랑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소망을 제..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0.16
디지털 문학의 향방과 문제점들 디지털 문학의 향방과 문제점들 나 호 열 디지털 문학에 대한 관심은 이제 학문적 성과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필자의 과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과 문학에 관련된 연구 성과는 적지 않은 듯 보인다. 1998년 민음사에서 간행된 『문학의 새로운 견해』제 3부에 수록된 정과리의 「컴퓨터와 문학..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9.10.16
삶 한강시민공원은 서울 도심의 생태 환경 학습장입니다. 한강을 따라 조성된 공원을 걷노라면 어느 시골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합니다. 한강의 최하류 공원인 강서지구에 갔을 때입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가 어서 오라 손짓하더군요. 습지 생태 공원을 둘러보다가 거미줄에 걸린 고추잠..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9.10.16
추풍령 추풍령 서문경 1. 새벽에 아버지가 잠을 깨웠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아직도 푸르스름한 여명이 휘장처럼 창을 가리고 있는 시간에 아버지가 잠을 깨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서울로 도망치려는 나의 계획을 아버지가 알아챈 것이나 아닌가 싶어 더럭 겁이 났다.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동생들도.. 산문 읽기(소설과 수필) 2009.10.07
내고향 사투리 내고향 사투리 동상 나호열 나에게는 고향의 추억이 없다. 선친이 태어나고 자란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오롯한데 어릴 적 앞 마당에 온 가족이 모여 찍은 흑백 사진 한 장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끔 윗 어른이 돌아가시거나 큰 일이 있을 때 찾아가는 그곳이 고향임을 느끼게 되는 것은 구수.. 혼자 중얼거리다 2009.10.06
운동 후 기 運動 後 記 운동 후 기 運動 後 記 -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Arbeit Macht Frei 몸에서 화약 냄새가 지워지지 않는 것은 그해 시월 때문이다 놀이와 노동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늘 힘이 모자랐다 낙하하는 포탄의 작열과 가지에서 떨어지는 벚꽃의 아우성이 피와 살의 힘 나는 빗나간 화약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10.01
떠나다 떠나다 사람이 싫어 먼 길을 간다 들길, 산길 에둘러 가는 나에게는 뒷길인 한 번 굽이치고 휘이 내질러 가는 저 길 아득하고 아득하여 개망초 흔들리는 몇 문장 남았다 설익은 사랑 되묻지 않겠다 독 묻은 열매 끝내 삼키고 얼만큼 걸어가야 사람이 그리울까 문득 되돌아 설 때 끝끝내 나를 따라왔을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