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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통조림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10. 25. 21:17

통조림 / 나호열

 

 

인생의 반쯤이 지나가고 있다
반환점이 없는 오르막길을
내처 달리기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통조림 빈 깡통처럼
나는 울고 있었어
그도 그랬을까
제 것을 아낌없이 다 주고
나보다 어린 나이에 인생을 마감하면서
눈을 감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돌팔매를 맞고서도
아프지 않았을까
울지 않았을까
아직도 20년이 남은 주택부금과
새끼들이 빚으로 매달려
화해하라, 화해하라고
이명으로 울리는 하루가 지나갔을 때
끝내 용서하지 못하는 식충은
제 주검마저도 해치우고
빈 껍데기를 누가 발로 찬다
찌그러뜨린다
내용도, 상표도 보이지 않는 이 시대를
빈 깡통으로 증명해보이는
거룩한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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