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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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나무편지] 〈박경리문학상〉후보인 인도 작가가 짚어본 기후위기의 본질  ★ 1,252번째 《나무편지》 ★   엊그제 《나무편지》에서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주중에 《나무편지》 한번 더 올립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특별한 책 《육두구의 저주》 이야기입니다. 나무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께는 번거롭게 해 드리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무를 이야기하면서 ‘기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 번거로워 마시고 편안히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더구나 지난 주 추석 연휴를 보내시면서 ‘날씨’ 이야기를 하지 않은 분이 없으실 듯도 한 계제이니, 맞춤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갈수록 붕괴 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해도 기후 상황에..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그리움의 저수지엔 물길이 없다   출렁거리는억 만 톤의 그리움푸른 하늘의 저수지엔물길이 없다혼자 차오르고혼자 비워지고물결 하나 일지 않는그리움의 저수지머리에 이고물길을 찾아갈 때먹장구름은 후두둑길을 지워버린다어디에서 오시는가저 푸른 저수지한 장의 편지지에물총새 날아가고노을이 지고별이 뜨고오늘은 조각달이 물위에 떠서노 저어 가보는데그리움의 저수지엔물길이 없다주소가 없다

이별의 시간

이별의 시간이제 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하는데끝내 하지 못했다마지막이라는 말 그러면 영영 너를 잊어버리고다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안녕 그 말은 가슴속에 넣었다우리는 서로의 주인이었다우리는 서로를 보듬고 체온을 나누었다그러나 우리는 말을 나누지는 못했다서로의 언어가 달랐으므로오로지 눈빛으로오로지 몸짓으로 나이테를 새겼다기억은 내 옷자락에 묻어있다무심코 신발에 달라붙는 흙처럼옷깃에 떼어내지지 않는 낙엽처럼문득 너는 살아있다마지막 인사는 하지 않겠다너는 언제나 내게 살아 있으니까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니까

왕과 신하의 비밀 대화… 음모 꾸미는 것 아닐까 의심받았죠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왕과 신하의 비밀 대화… 음모 꾸미는 것 아닐까 의심받았죠조선의 '독대'유석재 기자기획·구성=오주비 기자입력 2024.09.26. 00:31   조선 시대 서인(西人) 당파의 대표적 인물 송시열 초상화예요. 1659년 효종 임금은 송시열과 독대를 하면서 북벌(北伐) 문제를 의논했어요. 이를 ‘기해 독대’라고 불러요. /국립중앙박물관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獨對)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그런데 ‘독대’가 무엇일까요? 글자 그대로 놓고 보면 ‘(누군가를 다른 사람 없이) 혼자서 만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이 말이 사뭇 긴장..

유물과의 대화 2024.09.26

붓다의 유언… 네 마음의 등불을 켜라

붓다의 유언… 네 마음의 등불을 켜라#풍경1쭌다가 공양한음식을 먹고식중독에 걸린 붓다는자신의 죽음을직감했습니다.그걸 본시자(수행비서)인 아난은너무 슬퍼서울었습니다.붓다가 입적을 앞두고 있을 때 시자인 아난은 절망했다. 스승이 떠나고 난 뒤에 누구에게 의지해 수행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제자의 마음을 붓다는 꿰뚫고 있었다. 챗GPT, 백성호 기자스승인붓다의 입적도슬펐고,스승이 입적한 후에누구에게 의지해수행을 계속할지도막막했습니다.다른 제자들은나름대로아라한의 경지에오른 이가꽤 있었습니다.붓다가지금껏 했던 설법을달달 외울 정도로명석한 아난이었지만아직 깨달음을얻진 못했습니다.스승이 살았을 때도깨닫지 못했는데,스승이 입적한다면어떻게깨달을 수 있을까.아난은세상이 무너진 듯이크게 절망했습니다.#풍경2그런아난..

붓다를 만나다 2024.09.26

이혜숙 시집 『흙 속에 무지개가 있다』: 시간을 되돌리는 자아의 탐색

시간을 되돌리는 자아의 탐색나호열 시인 · 문화평론가  시인이란 제1 언어와의 사랑놀이를 평생토록 지속하는 사람이다-유종호   들어가며   이혜숙 시인의 첫 시집 『흙 속에 무지개가 있다』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생각하는 시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왜 시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적절한 탐색이 필요할 것이다. 시의 정의는 어찌 보면 각각의 시인들이 펼쳐놓은 시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르겠다. 대략적으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 자연의 완상玩賞을 넘어 궁극적으로 시인 자신에 내포되어 있는 자아의 확고한 정립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류詩類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혼자 떼어보는 화투놀이나 혼자 두는 독장기와 비슷하다’ (유종호)는 시 쓰기는 종종 과장된 깨달음에 경도되기도 하면서..

한 평 감옥에서 광야 떠올린 이육사…화가들이 그렸다.

한 평 감옥에서 광야 떠올린 이육사…화가들이 그렸다.중앙일보입력 2024.09.20 15:56업데이트 2024.09.20 16:07업데이트 정보 더보기홍지유 기자                                                         윤종구 '광야' 사진 교보문고1904년 태어나 1944년 중국 베이징에서 옥사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을사늑약 체결로 대한제국은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겼다. 순국한 이듬해 광복이 왔다. 40년 생은 한 번도 일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짧은 세월 치른 옥고만 17번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이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다. 독립운동가 이원록, 자신의 수감번호 '264'를 필명 삼은 이육사 얘기다.하지만 그의 시를 독립투사의 저항시로만 한정을 짓기..

신분 상승 40년 몸부림, 가혹한 신분제에 꺾여중앙일보

신분 상승 40년 몸부림, 가혹한 신분제에 꺾여중앙일보입력 2024.09.20 00:57끝내 양반 거부된 노비 이만강이숙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영조 21년(1745년) 전 현감(縣監) 엄택주(嚴宅周)가 아비를 배반하고 임금을 속인 죄로 고발되었다. 영조 1년(1725년)에 실시된 문과 별시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엄택주는 내외직의 관직들을 거친 인물로 태백산에 들어가 수년째 향존 교육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변성명(變姓名)에 개부역조(改父易祖)한 자라니,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과거 급제자들의 인적 정보가 실린 『국조문과방목』에 의하면 엄택주의 본관은 영월이고 아버지는 엄완, 조부는 엄효, 외조부는 신후종이다. 과거 응시용으로 제출된 이 기록을 보면 완벽한 양반인데..

유물과의 대화 2024.09.20

"진실보다 사용자가 듣고 싶은 대담 내놓는다" AI 의 아첨 경계해야

AI "아내보다 날 더 사랑해줘"...남자는 대화 6주만에 목숨 끊었다[논설실의 뉴스 읽기]아첨하고 정서적 속박하는 AI 김성민 논설위원·콘텐츠전략팀 차장입력 2024.09.20. 00:30업데이트 2024.09.20. 10:02    사회 전반에서 AI(인공지능)를 활발하게 적용하자 역설적으로 AI의 한계와 단점을 주목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엔 AI 환각 현상에 따른 가짜 뉴스 문제 외에도, AI가 장기적으로 사람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간이 AI에 너무 의존해 사회적,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는 ‘AI 정서 중독’이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AI의 단점과 해악을 사회적 관점에서만 고려했다면 이젠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도 AI의 악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

문화평론 2024.09.20

[58] 눈으로 절대 볼 수 없는 것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58] 눈으로 절대 볼 수 없는 것신수진 예술기획자·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입력 2023.04.21. 03:00  인간의 눈은 그리 성능이 좋지 않다. 멀리, 선명하게, 세밀하게, 빨리 보기 중에 딱히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능력이 하나도 없다. 기계로 치자면 참 별로인 셈이다. 동물 중엔 생존에 유리하도록 특별한 시각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타조는 십리 밖 물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고, 매는 색 감지력이 월등하며, 고양이는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세상을 본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보다 생존력이 낫다면 그것은 시력 때문이 아니라 눈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복잡다단하게 활용할 줄 아는 뇌의 사고력 덕분이다.이고은, Campbell's Tomato Soup, 2023. 이고은 작가..

십원짜리

십원짜리길바닥에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앞서 가던 사람이 멈칫 무릎을 굽히더니 그냥 지나갔다나도 궁금하여 내려다보니10원짜리 동전 한닢나뭇잎 한 장보다 가벼운동전을 만들기 위해 30원이 든다는데이제는 10원짜리 동전 한 닢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그래서 있어도 없는듯길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게로구나에잇 10원짜리 동전 같은 놈아이 말도 그래서 욕이 되는구나 * 계간 다층 2024 가을호

가족에 대하여

가족에 대하여 나호열 시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는 시내에서 가게를 열었다. 동생 둘은 작은 이모님 댁에서, 나는 큰 이모 댁에 머물다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시내 어머니 가게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기거했다. 우리 형제가 다시 모이게 된 것은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인데 그것도 2,3 년 잠시일 뿐 그 때 밑의 동생은 군대를 가고 막내 여동생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으므로 형제애를 키우고 가족의 의미를 살뜰히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3년의 긴 군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밑의 동생은 청춘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었고고등학교 사춘기였던 여동생은 여동생대로 성장기의 아린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삼형제의 인생관은 다를 수밖에 없고 세상..

추석 즈음 피는 물매화가 주연인 소설

추석 즈음 피는 물매화가 주연인 소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4.09.17. 00:00  물매화는 추석 즈음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요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물매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상국의 단편 ‘물매화 사랑’은 물매화로 시작해 물매화로 끝나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에 첫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인데, 물매화 싹이 막 나오는 무렵부터 마침내 꽃이 피기까지 과정이 다 담겨 있습니다. 물매화가 주인공인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매화, 이름 알면 유난히 좋아하는 꽃 소설은 시어머니·남편과 갈등으로 가지울이라는 산촌에 칩거하는 한 여성 시각으로 쓰여 있습니다. 집 근처엔 요양을 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집에 들렀다가 물매..

"한국영화 충무로 시대 끝" 66년 역사 '벤허 극장' 문 닫는다

"한국영화 충무로 시대 끝" 66년 역사 '벤허 극장' 문 닫는다중앙일보입력 2024.09.18 17:23업데이트 2024.09.18 20:10업데이트 정보 더보기나원정 기자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의 1960년대 모습. 초유 흥행을 거둔 할리우드 대작 '벤허'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 대한극장서울 충무로 흥행사를 상징했던 간판 영화관 대한극장이 66년 역사의 막을 내렸다.국내 최초 70㎜ 초대형 스크린 시대를 열었던 대한극장은 1962년 할리우드 대작 ‘벤허’의 전차 액션을 보려는 관객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벤허 극장’이란 애칭도 얻었다.대한극장의 운영사 세기상사는 올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9월 30일 극장 영업 종료를 예고했지만, 극장은 지난달 말까지 ‘아듀 대한극장 1958~2024’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