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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 대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9. 19. 15:51

가족에 대하여

 

나호열 시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머니는 시내에서 가게를 열었다.

동생 둘은 작은 이모님 댁에서, 나는 큰 이모 댁에 머물다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시내 어머니 가게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기거했다.

우리 형제가 다시 모이게 된 것은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인데 그것도 2,3 년 잠시일 뿐 그 때 밑의 동생은 군대를 가고 막내 여동생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으므로 형제애를 키우고 가족의 의미를 살뜰히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시간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3년의 긴 군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밑의 동생은 청춘의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었고

고등학교 사춘기였던 여동생은 여동생대로 성장기의 아린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삼형제의 인생관은 다를 수밖에 없고 세상살이의 모습 또한 닮은 구석이 없다.

 

나는 철학을 전공하고 시인이 되었으며 남동생은 법학을 전공하여 판, 검사가 되었어야 하는데 국제 변호사로서 금융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다. 여동생은 무용과 교육학을 전공하였으나 미국으로 이주하여 부동산업으로 제법 재물을 모았다.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형제들은 형제로서의 위계보다는 각기 독립된 개체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관계에 만족하면서 산다.

 

탁석산이 지은 <<대한민국 50대의 힘>> (랜덤하우스 2005년)에 동생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형으로서 동생에 대해 너무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동생은 이렇게 말한다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의무의 대상이고 다른 하나는 애완동물이다. 말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의무의 대상이란 말은 내가 키우고 책임져야 하는 대상이라는 뜻이고 , 애완동물이라는 말은 자식이 노후 보험용이라든가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순수하게 예뻐하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자식의 영광이 부모의 영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의 일은 자식의 일이고 내 일은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식을 책임지고 키워야 하고 예뻐하지만 자식은 독립된 개체이다. 딸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를 자상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어쩌면 차갑다고 느낄 것이다. 나는 자식을 자유방임형으로 키웠다.

 

나는 동생의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나치게 투쟁적이고 현실적인 어머니에 반발 하였고, 동생은 어머니의 뜻대로 소위 KS 마크를 단 아들로서 어머니의 뜻에 100퍼센트 부응했었다. 그는 성공한 엘리트 이었으므로 마땅히 교육열 또한 열렬할 것으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생의 자식 양육법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나의 자식 교육관과 동생의 자식 양육관은 판이하게 다를 것으로 생각했었다.

 

나는 이제 와서야 내 동생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는다. 그는 이 땅의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걷고 있는 길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물론 내가 걷고 있는 이 길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길이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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