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연한 1
시계가 힘을 쓰지 못하고 멈춰 섰다
어제도 아니고 오늘도 아닌
고개마루턱에 엉거주춤
제 자리를 맴돌다 밥만 축낸
한 생의 내구연한을 알 수가 없어
궁금증을,
머리 속에 가득한 빈 밥그릇같은
폐건전지를 버릴 수가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가위눌린 잠일 뿐인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발걸음이 노여워도
또각또각 심장의 박동을 어떻게 잊을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내구연한
서로를 흘깃 쳐다보며 사라진다
시와 사상 2024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