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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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우리 그림속 나무 이야기 25

[10] 능금나무 꽃과 놀란 새들의 사연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0] 능금나무 꽃과 놀란 새들의 사연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4.09 03:00 신한평 ‘화조도’(1788), 종이에 채색, 124.0x54.2cm 리움미술관 소장 새잎과 꽃이 피기 시작한 능금나무 한 그루와 여러 표정의 새들이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연초록의 어린잎과 짙은 녹색 잎이 섞여 있으며 잎 모양은 긴 타원형에 끝이 뾰족하다. 확대해 보면 굵은 Y자 잎맥이 2~3쌍씩 가운데의 주맥(主脈)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룬다. 잎 가장자리는 둔하고 얕게 팬 톱니도 확인된다. 활짝 핀 꽃은 하얀 다섯 장의 꽃잎을 펼치고 있다. 가운데는 여러 개의 가느다란 노란 꽃술을 정성스럽게 그려 넣었다. 마치 오늘날의 세밀화를 보는 듯 능금나무 잎과 꽃의 특징을 극사..

[9] 진달래꽃 아래 봄놀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9] 진달래꽃 아래 봄놀이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4.02 03:00 신윤복 ‘상춘야흥’(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28.2x35.6cm, 간송미술관 소장 지체 높은 분들이 화창한 봄날을 즐기기 위하여 기생을 데리고 봄맞이 행사를 벌였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산자락이다. 바위의 생김새로는 서울 부근 등 중부지방에 흔한 화강암 바위산이 배경이다. 왼쪽 산은 경사가 급하고 거친 흑청색의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나무가 그려져 있다. 활엽수의 잎이 피기 전의 계절이므로 늘푸른잎나무인 소나무를 나타낸 것이다. 바위산의 계곡과 오른쪽 산자락에는 제법 굵은 진달래 몇 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위쪽 가지만 꽃이 활짝 피었고 아..

[8] 따뜻한 봄날의 은밀한 사랑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8] 따뜻한 봄날의 은밀한 사랑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3.26 03:00 신윤복 ‘사시장춘’(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종이에 담채, 27.2x15,0cm, 국립중앙박물관소장 그림의 건물 기둥에는 ‘사시장춘(四時長春)’이란 글귀가 붙어있다. ‘언제나 봄’이란 뜻이겠으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살구꽃 따라 불어오는 봄바람에 두 남녀가 사랑을 나누러 찾아온 현장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춘화도로 나누기도 한다. 조선 후기 풍속화의 대가로 잘 알려진 신윤복(1758?~1817?)이 그렸다고 전해진다. 만남의 현장은 규모가 큰 주막 뒤뜰 한구석의 은밀한 건물이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곳이지만 통나무 막 기둥으로 지은 허름한 초막..

[7] 봄은 매화로 온다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7] 봄은 매화로 온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3.19 03:00 전기, ‘매화초옥도’(19세기 중엽), 종이에 담채, 32.4×36.1cm, 중앙박물관 소장 ‘봄이 온다/봄이 오신다/반가운 봄이 줄지어 오신다….’ 미스트롯2의 팀 미션에서 소녀들이 부른 윤수현 가수의 ‘손님 온다’의 일부이다. 손님을 봄으로 바꾸면 지금 계절과 딱 맞아떨어진다. 수많은 봄꽃이 앞 다투어 뽐내는 계절이지만 3월 중순 본격적으로 매화꽃이 피어야만 줄지어 오는 봄을 실감한다.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는 29세에 요절한 서화가 전기(1825~1854)의 대표작이다. 옅은 회갈색으로 처리된 화면에서 눈발이 날리듯 흩뿌려진 매화만이 조용하고 은은하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6] 병자호란의 작은 승리, 화강 전투의 현장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6] 병자호란의 작은 승리, 화강 전투의 현장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3.05 03:00 정선 ‘화강백전’(1742), 비단에 담채, 24.9x32.0cm, 간송미술관 소장 병자호란은 1637년 양력 2월 24일 인조가 삼전도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항복을 하면서 끝난다. 이보다 이틀 앞서 관군은 강원도 철원 김화의 옛 이름인 화강에서 청나라 침략군 일부를 물리치는 작은 승리를 거둔다. 전쟁이 끝나고 백여 년이 지난 1742년 어느 날 겸재는 금강산으로 가다 이곳에 들러 지난날의 전쟁터를 회상하면서 그린 그림이 화강백전(花江栢田), ‘화강의 잣나무 숲’이란 뜻이다. 그림은 먹물의 퍼짐 효과를 이용하여 앞쪽은 진하게, 뒤로 갈수록 연하게 처리하..

[5] 풍요를 기원하는… 보름달 아래 참나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5] 풍요를 기원하는… 보름달 아래 참나무 김두량, ‘월야산수도(月夜山水圖)’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2.26 03:00 김두량 ‘월야산수도’(1744), 종이에 수묵담채, 81.8x48.8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늘은 정월대보름, 한 해 농사의 풍요를 기리는 우리의 대표적인 세시 명절이다. 월야산수도(月夜山水圖)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잎 진 숲속의 나무들을 비추고 있다. 힘차게 물이 흐르는 개울을 사이에 두고 화면의 가운데서 약간 비켜서서는 잎을 모두 떨어뜨려버린 고목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있다. 아래서 위까지 가지 뻗음에 방해를 받지 않아 원뿔형의 아름다운 모양을 만들었다. 나무 밑동에는 거의 옆으로 자라는 또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어우러져..

[4] 용틀임하는 향나무 고목의 사연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4] 용틀임하는 향나무 고목의 사연 정선 ‘노백도(老栢圖)’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2.05 03:00 정선 ‘노백도’, 18세기 전반, 종이에 수묵담채, 131.6x55.6cm, 리움미술관 소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아름드리 고목나무는 대부분 곧은 줄기를 갖는다. 그러나 향나무로 추정되는 ‘노백도(老栢圖)’ 속 나무는 줄기가 심하게 휘고 굽어 있어서 승천하려는 용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이다. 줄기와 나뭇가지의 뻗음이 초서체로 쓴 목숨 ‘수(壽)’ 자와 비슷하여 장수를 상징하기도 한다. 뒷날 덧붙여진 찬문(讚文)의 내용에도 장수를 축원하는 글이 있어서 향나무 고목에 대한 사람들의 바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심하게 구부러져도 건강한 잎을 가지고 ..

[3] 고목에 핀 붉은 애기동백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3] 고목에 핀 붉은 애기동백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1.29 03:00 이암, ‘화조묘구도(花鳥猫狗圖)’, 16세기 중엽, 비단에 채색, 86.4×43.9㎝, 평양 조선미술관 소장. 한겨울 추위를 뚫고 화려한 붉은 꽃으로 장식하는 꽃나무에 애기동백이 있다. 지금쯤 남해안이나 제주도에 가면 만개한 꽃을 만날 수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본다. 멋스럽게 휘어있는 고목나무에 애기동백 붉은 꽃이 피어 있다. 고양이와 새, 강아지가 꽃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그림 제목은 ‘화조묘구도(花鳥猫狗圖)’라 하며, 화가는 세종의 넷째 아들 임영대군의 증손인 이암(1499~?)이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 줄기를 붙잡고 있..

[2] 추사의 ‘세한도’ 속에 잣나무는 없다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 추사의 ‘세한도’ 속에 잣나무는 없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1.22 03:00 김정희 '세한도'(1844), 종이에 수묵, 23.3x108.3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년 연말 정부는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하고 대통령이 직접 격려했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는 흔히 값을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할 만큼 최고의 명작으로 꼽는다. ‘세한도’란 이름은 논어 자한편의 겨울이 되어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뜻의 ‘세한송백(歲寒松柏)’에서 왔다. 그림 속의 오른쪽 고목나무는 소나무, 나머지 3그루는 잣나무라고 흔히 해설한다. ‘송(松)’이 소나무인 것은 틀림없으나 ‘백(柏)’이 무슨..

[1] 귀신 쫓으려 왕실 무덤에 심는 측백나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 귀신 쫓으려 왕실 무덤에 심는 측백나무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1.08 03:00 정선 '사문탈사'(1741), 비단에 채색, 21.2x33.1㎝, 간송미술관 소장. 그림 이름이 좀 어렵다. ‘사문탈사(寺門脫蓑)’의 ‘사'는 도롱이를 나타내는 말이며 ‘절 문 앞에서 도롱이를 벗는다’는 뜻이다.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띠로 만든 옛날 비옷이 도롱이이다. 그림처럼 눈 오는 날 입으면 방수는 물론 방한복의 기능도 해준다. 소한과 대한의 중간인 지금이 바로 그림 속의 그 계절이다. 절 앞에 길게 늘어선 여섯 그루 고목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맨 왼쪽의 연하게 줄기만 그러져 있는 나무는 또 다른 ‘사문탈사도’에 나무 전체가 다 그려져 있어서 전나무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