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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우리 그림속 나무 이야기

[9] 진달래꽃 아래 봄놀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1. 8. 6. 12:38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9] 진달래꽃 아래 봄놀이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4.02 03:00

 

 

신윤복 ‘상춘야흥’(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28.2x35.6cm, 간송미술관 소장

 

지체 높은 분들이 화창한 봄날을 즐기기 위하여 기생을 데리고 봄맞이 행사를 벌였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산자락이다. 바위의 생김새로는 서울 부근 등 중부지방에 흔한 화강암 바위산이 배경이다. 왼쪽 산은 경사가 급하고 거친 흑청색의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나무가 그려져 있다. 활엽수의 잎이 피기 전의 계절이므로 늘푸른잎나무인 소나무를 나타낸 것이다.

바위산의 계곡과 오른쪽 산자락에는 제법 굵은 진달래 몇 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위쪽 가지만 꽃이 활짝 피었고 아래 가지는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다. 이제 한창 꽃이 피고 있는 중이다. 상춘야흥(賞春野興)이란 그림 제목은 야외에서 봄 경치를 즐긴다는 뜻이다.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에 들어있는 그림 중 하나이다.

예부터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여러 꽃 중에는 화사한 진달래꽃도 빠지지 않는다. 계절로는 양력 4월 초쯤에 해당하는 삼월삼짇날 전후이다. 이때쯤 백성들은 봄나들이를 나가 꽃전을 부쳐 먹는 풍속도 있었지만, 고관들은 이렇게 기생을 불러 봄놀이를 즐기고 있다.

화가의 또 다른 의도도 엿보인다. 연분홍으로 피는 진달래꽃은 복숭아꽃과 거의 같은 색이다. 여자의 볼이 발그스레하여 아름답게 보이면 복사꽃처럼 예쁘다고 한다. 도화색이라고도 하며 여성적 매력이 충만하다는 뜻이다. 화가는 진달래꽃으로 봄을 나타내고 기생과 함께 흥을 돋우는 춘정(春情)을 보여 주려 한 것이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진달래꽃 색깔을 더욱 진하게 나타냈다. 이 그림을 비롯하여 주사거배, 연소답청 등 기생이 등장하는 신윤복의 풍속화에는 진달래꽃이 흔히 그려져 있다.

 

아래로는 축대를 쌓아 네모난 연못을 만들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런 연못이 있을 정도이면 이곳은 양반가의 후원이거나 권력자의 별장일 가능성이 높다. 두 기생의 좌우에 앉은 당상의 품계를 가진 고관들이 오늘 봄놀이의 주인공이다. 서 있는 오른쪽의 두 사람은 수행원이며 악공 셋은 연주를 위하여 각각 대금과 해금 및 거문고를 조율하고 있다. 연못의 석축을 따라 술상을 들고 심부름하는 여인이 고관들 앞으로 가고 있다. 소반 위 음식은 단출하다. 술 한 병과 잔 하나, 작은 안주 그릇이 전부이다. 준비가 끝나고 곧 본격적인 봄놀이가 시작되기 직전에 간단한 주안상으로 먼저 ‘입가심’을 하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