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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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칼럼 20

영화 ‘서울의 봄’이 묻다, 쿠데타란 무엇인가

영화 ‘서울의 봄’이 묻다, 쿠데타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3.12.05 00:47 업데이트 2023.12.05 09:07 1979년 12·12와 한국 정치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에 일어난 군사 반란을 다룬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 계엄 상황에서, 전두환이 이끄는 세력이 계엄사령관을 연행하고, 마침내 대통령의 사후 재가를 얻어냄으로써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 권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숨 막히는 과정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은 실화에 기반하긴 했어도 실제가 아니라 극적 재현(representation)이다. 그래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서울의 봄’은 12·12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패하면 ..

김영민 칼럼 2023.12.05

당신의 고향은 있습니까? ‘허구’라도 좋습니다

당신의 고향은 있습니까? ‘허구’라도 좋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3.11.07 00:41 업데이트 2023.11.07 15:3 이 시대의 허구를 찾아서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예술가 김범이 1998년 전시를 위해 출간한 『고향』이라는 책자는 “이 책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운계리라는 마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마을의 지명, 위치, 교통, 주변 환경, 구조, 경관, 생활, 산업, 풍물, 경제, 주민에 관한 정보를 고루 담고 있다. “마을버스가 운계리의 학봉다방 앞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98년 현재 운계 주민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자가용이 30여 대, 트럭이 20여 대이다.” “근래의 무속신앙으로는 5·16 전후 한때 마을로 들어온 무당 ..

김영민 칼럼 2023.11.23

시민사회란 무엇인가중앙일보

시민사회란 무엇인가 중앙일보 입력 2020.07.23 00:15 시민사회의 핵심인 자율성을 찾아서 그라픽=최종윤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20세기 전반 파리의 쇼핑 아케이드를 거닐면서 유럽의 현대에 대해 생각했다. 소비자의 욕망을 한껏 자극하는 물건들로 가득한 아케이드에서 벤야민은 현대인이 갖는 집착적인 물욕과 그것이 갖는 몰정치성에 대해 생각했다. 21세기 전반 반바지를 입고 서울의 변두리를 거닐면서 한국의 현대에 대해 생각한다. 동네마다 하나둘씩 꼭 있는 건강원과 개소주 집을 보며, 한국인이 갖는 강박적인 건강욕과 그것이 갖는 정치성에 대해 생각한다. 0723 생각의공화국 한국은 과로에 젖은 사회다. 지친 사람들은 휴양지 빌라 발코니에서 해안선을..

김영민 칼럼 2023.08.07

허구와 함께 살아가는 법중앙일보

김영민의 생각의 공화국 허구와 함께 살아가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0.06.25 00:15 공화국을 지탱하는 정치적 허구 생각의 공화국 6/25 세상은 악업(惡業)과 고통으로 가득하고, 삶은 종종 불쾌하다.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필요하다. 오스트리아의 작가 로베르트 무질(Robert Musil)이 그랬던가, 삶은 불쾌하므로, 담배를 피워야 견딜 수 있다고. 비흡연자들도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름과자가 없으면, 삶을 견디기 어렵다. 흡연자들이 주기적으로 담배 연기를 삼키듯이, 비흡연자들도 간헐적으로 희망이라는 구름을 삼킨다. 스스로 삼킨 희망에 기대어 사람들은 또 하루를 살아간다. 희망이라는 허구가 없었다면 오늘도 또 하루가 갔다는 평범한 우울감을 견디지 못했을지 모른다. 연애 감정은 쉽게 휘발하..

김영민 칼럼 2023.07.31

인문학을 위한 인문학자에 의한 인문학적 설득

인문학을 위한 인문학자에 의한 인문학적 설득 중앙일보 입력 2022.11.10 00:28 업데이트 2022.11.10 16:23 위기의 인문학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른바 인문학 위기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주자 시절 “인문학이라는 건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며 병행해도 되는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대학 4년과 대학원까지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이것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입장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과거에 다른 정당 출신 대통령도 “대학도 산업이다”라고 일갈해서 산업화가 어려운 인문학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다. 인문학 위기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대학 내 인문학 계열 학과가 사라지거나 통폐합되는 것? 인문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고 있..

김영민 칼럼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