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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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2021.12)

안부 安否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1. 12. 17:12

안부 安否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 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

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을

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

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구불구불

부끄럽게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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