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安否
안부를 기다린 사람이 있다
안부는
별일 없냐고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일
안부는
잘 있다고
이러저러하다고 알려주는 일
산 사람이 산 사람에게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
안부를 기다리는 사람과
안부를 묻는 사람의 거리는
여기서 안드로메다까지 만큼 멀고
지금 심장의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깝다
꽃이 졌다는 슬픈 전언은 삼키고
꽃이 피고 있다는 기쁨을 한 아름 전하는 것이라고
안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날마다 마주하는 침묵이라고
안부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안부는 낮이나 밤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리지 않고
험한 길 만 리 길도 단걸음에 달려오는
작은 손짓이다
어두울수록 밝게 빛나는
개밥바라기별과 같은 것이다
평생 동안 깨닫지 못한 말뜻을
이제야 귀가 열리는 밤
안부를 기다리던 사람이
내게 안부를 묻는다
기다림의 시간이 구불구불
부끄럽게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