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안부 (2021.12)

후생 後生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4. 28. 17:24

후생 後生

 

 

저렇게 살아서는 안된다고 다짐했다 얼굴도 없이 뼈도 없이 맹물에도 풀리면서 더러운 것이나 훔치는 생을 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하늘만 바라보면서 고고했던 의지를 꺾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무엇이든 맞서 싸우되 한 뼘 땅에 만족했던 우직함이 나를 쓰러뜨렸다

나무는 벌거벗어도 실체가 없음의 다른 말이다 벌거벗어도 보일 것이 없으니 부끄럽지 않다 당신이 나를 가슴에 품지 않고 쓰레기통에 넣는다 해도 잠시라도 나를 필요로 할 때 기꺼이 나는 휴지가 되기로 한다 나는 당당한 나무의 후생이다

 

 

 

 

 

 

'안부 (202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걸求乞의 풍경  (0) 2023.05.09
아직은  (0) 2023.05.04
어떤 힘  (0) 2023.04.25
북의 행방  (0) 2023.04.21
Ab  (0) 202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