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안부 (2021.12)

구걸求乞의 풍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5. 9. 17:33

구걸求乞의 풍경

 

거지라고 다 같지는 않다 어느 놈은 사기치고 도둑질을 하지만 그래도 양심 있는 거지는 동냥을 한다 양심 있는 거지라도 낯이 두껍지 못하면 지하철 계단에 무릎에 얼굴을 묻고 바쁜 발자국 소리를 하염없이 염불 소리로 듣는다 같은 지하철 계단이라도 조금 낯이 두꺼워지면 깡통을 놓고 거미가 먹이를 기다리듯 자세를 잡는다 돈이 쌓이면 사람들은 배부른 거지라 지레짐작하고 지나치기에 동전은 놔두고 지폐는 재빨리 거두어야 한다 이제 공력이 쌓이면 직립하여 서울역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진출한다 어느 거지는 오백 원만 달라고 한다 줄 마음이 있으면 애써 오백원 동전을 찾기 보다는 천원 지폐를 꺼낼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다 그런 잔 머리보다 아예 천원만 달라고 손 내미는 정직한 거지도 있다 구걸하는 거지는 이제 구구절절 거지가 된 사연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피차 속전속결 주든지 말든지 혹시 거지가 되는 꿈은 꾸지 마시라 없던 목이 떨어지고 밥줄이 끊어지는 흉몽凶夢이다

 

 

 

 

 

 

'안부 (2021.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풀이  (0) 2023.05.22
당신이라는 말  (0) 2023.05.16
아직은  (0) 2023.05.04
후생 後生  (0) 2023.04.28
어떤 힘  (0) 2023.04.25